니어 레플리칸트 SS 「적과 흑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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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 설정집 겸 공략집에 실린 Short Story “적과 흑” 해석.

해안 마을 좋아했는데 이 소설 읽고 나니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 동네 찾아가지는 못하겠다. 니아야…ㅠㅜㅠㅜㅠㅜ
(왠지 소년기의 니어는 ‘니아’라는 어감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해서 자꾸 그렇게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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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_「赤과 黑①」 (클릭해서 펼치기)|가리기|     1

 멀리에서 새가 울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리라. 니어는 아침 안개에 젖은 풀숲 안에서 달걀을 꺼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것이 마지막 1개이다. 닭은 알을 하루에 1개씩밖에 낳지 않기 때문에 깜박 빠뜨렸다가는 할 말이 없다.
「다 끝났느냐?」
 마침 바구니 안의 알을 다 셌을 때 말을 걸어온 사람은 닭을 기르는 남자였다. 니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구니를 내밀었다.
「오오, 수고했다」
 하나, 둘, 하고 남자는 달걀 수를 확인하고는 빙긋이 웃었다.
「집사람 몸도 좋아졌으니 오늘까지 도와주면 된다. 큰 도움이 되었어」
 남자의 부인은 닷새 전부터 열이 나며 몸져누워 있었는데, 이른 아침의 달걀 수집은 그녀의 일이었다.
「약속한 보수 말인데, 정말 돈이나 먹을 것이 아니라도 괜찮은 게냐?」
 남자의 부인이 회복할 때까지 마을의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달걀을 모은다. 니어가 그 일의 보수로 원한 것은 막 부화한 병아리였다.
「괜찮아요. 요나가 기뻐하니까요」
「알았다. 그럼 그쪽 바구니 안에서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 가거라」
 전부 어젯밤 막 부화한 참이라고 한다. 병아리를 볼 줄은 몰랐으나 가능한한 건강해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은지, 병아리는 자꾸만 날뛴다. 니어는 얼떨결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그렇지만 짜부라뜨리지는 않도록 손바닥으로 살며시 감싸고는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을의 아침은 이르다. 집에서 나올 때는 아무도 없던 마을 길에도 지금은 오가는 마을 사람의 모습이 있다. 그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면서 달리던 중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식재를 취급하는 가게의 여주인이었다.
「마침 잘 됐구나. 니어, 오늘은 포포루씨의 부탁으로 약초를 캐러 간다고? 가는 김에 버섯도 따다 주지 않으련?」
「알겠어요」
 사람들은 마을 밖으로 그다지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적잖이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활동하려면 여러 가지로 조심해야 한다. 성질이 난폭한 야생동물을 자극해서는 안 되고, 무엇보다 으슥한 곳이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다가가서는 안 되었다. 마을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도 되는 것은 낮, 그것도 겨우 몇 시간뿐. 아침이나 저녁때에는 바로 마을이나 도시로 뛰어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있어야만 한다…….
「심부름값은 호박이 어떠니? 크고 달콤한 것이 들어왔단다. 요나가 좋아하지?」
 고맙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니어는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정하다. 그렇지 않다면 친척도 없는 자기들 남매가 길에 쓰러져 죽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양친이 남겨준 집이 있다고 해도.
 분수가 있는 광장을 지나자 그 우리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벽돌로 지어진 작은 집 창에 작은 사람 모습이 있었다. 요나다. 니어의 모습을 보았는지 다음 순간 그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오빠, 어서 와!」
 니어가 문을 열기보다도 먼저 요나가 뛰쳐나온다. 계단을 뛰어 내려온 탓인지 숨이 거칠다.
「다녀왔어. 요나, 아침과 저녁때는 뛰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앗」
 요나는 몸이 약했다. 환절기에는 항상 감기에 걸리고, 조금만 늦게 자면 열이 나고, 너무 떠들면 기침이 난다. 먹는 양도 적고, 곧잘 복통을 일으키거나 토한다.
「잘못했어요. 또 요나 기침 안 멈춰?」
「아침밥 많이 먹고 얌전히 있으면 괜찮아.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 바람이 차」
 등으로 문을 닫으면서 「선물 갖고 왔어」라고 말하자 요나의 얼굴이 확 빛났다.
「선물이 뭐야?」
 병아리를 감싼 손을 요나의 귓가에 가까이 댄다. 아직 작은 울음소리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병아리!」
「정답. 자, 손 내밀어 봐」
 요나의 손바닥에 살며시 병아리를 올렸다. 갑자기 밝아져서 놀랐는지 병아리는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다.
「폭신폭신하고 따뜻해」
「아직 작으니까 집 안에서 키울 수 있어」
「정말?」
「엄마가 살아 계시던 때는 우리 집에서도 키웠어」
 뜰에 풀어놓고 기르던 닭에게 모이를 주는 것은 니어의 역할이었다. 홀로 살림을 꾸리던 모친은 바빠서 도저히 그것까지 돌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친은 먼 도시에 일하러 나가 있기에 집에 거의 없었다. 그리고 요나가 태어나고 얼마 안 가 역시 먼 도시에서 죽었다. 그래서 니어는 부친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부친이 살아 있어도 죽었어도 니어네 일상에 별반 변화는 없었다. 모친은 뜰에 만든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며 마을 사람에게 부탁받으면 옷을 짓거나 수선물을 맡기도 했다. 니어가 아는 한 모친의 두 손은 언제나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손이 멈추었을 때 어머니의 시간도 멈추었다. 5년 전 일이다. 니어는 막 10살이 되었을 뿐이고 요나는 겨우 1살 반이었다.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평소와 무엇 하나 변함없는 저녁때, 모친은 부엌에서 솥을 저으면서 「찬장에서 그릇을 꺼내 줘」라며 니어를 돌아보았다. 모친은 돌아본 자세 그대로 쓰러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니어는 집에서 뛰쳐나와 포포루가 있는 도서관으로 달렸다. 막대한 서적의 관리인인 포포루라면 반드시 지혜를 빌려주리라. 니어만이 아니라 이 마을 누구나 그리 믿고 있었다.
 그러나 쓰러져 있는 모친을 한눈에 보자마자 포포루는 슬픈 듯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럽게는 믿을 수 없었다. 마치 물체가 부서지는 듯한, 그런 죽음이었다.
 포포루의 쌍둥이 언니 데보루가 찾아와 모친의 유체를 관에 안치하는 일을 도와주어도, 마을 사람들이 장례 준비를 시작해도 아직 실감이 들지 않았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니, 장례식 도중에 단 한 번 울 뻔했다. 갑자기 목 안쪽이 메이듯 아파지고 시야가 뿌예졌다. 그러나 눈물은 금세 쑥 들어갔다. 그보다 먼저 요나가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나는 아직 어머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울 듯한 얼굴의 니어를 보고 불안해진 것이리라. 실제로 니어가 미소 지어 보이자 요나는 울음을 딱 그쳤다. 눈물과 콧물로 더러워진 얼굴을 닦아 주자 요나는 그새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깨달았다. 부친도 모친도 죽고만 지금 어린 요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음을.

     2

 니어는 전날 먹다 남은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외출할 준비를 시작했다.
「오빠, 요나도 가면 안 돼?」
 마을 안에도 약초는 있지만, 이 계절에 가장 많이 자생하는 장소는 동문() 바로 바깥이었다. 이전에 요나를 데리고 간 적도 있는 곳이다.
「요나도 도울……」
 요나는 말을 하려다 기침을 했다. 심한 기침은 아니다. 니어는 요나의 이마에 손을 댄다. 열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안 돼. 밤이 되어서 상태가 나빠지면 안 되잖아」
「응……」
 열을 내며 몸져누운 것이 1주일 전 일이었다. 이제 평소대로 돌아왔고 식욕도 있다. 다만, 심하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기침이 마음에 걸렸다.
「그 대신 잠깐이라면 집 밖에 나가도 돼」
 풀이 죽은 요나가 딱해져 그런 제안을 해 본다. 예상대로 요나는 금세 활기를 되찾고 심부름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양파 1개랑 당근 1개」
「당근, 가장 작은 거면 돼?」
「안 돼. 포포루씨가 말했잖아? 당근은 몸에 좋다고」
「응. 요나, 당근도 잘 먹을 거야. 그러면 열도 기침도 나아지지?」
 대답하는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니어는 요나의 손에 동화 한 닢을 쥐여주었다. 오늘은 약초를 캐는 보수가 들어오니까 동화 한 닢 정도라면 써도 문제없다.
 바깥은 날씨가 좋았다. 오랜만의 외출이 기쁜지, 요나는 장바구니를 안고 뛰어나가려 한다. 지금 뛰어다녔다가는 또 기침이 심해질지도 모른다. 니어는 요나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동문은 이쪽이 아닌데?」
「분수까지 같이 가자」
 집에서 분수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라 무심코 뛰게 되지만, 거기에서부터 앞쪽이라면 다니는 사람도 늘어나기 때문에 요나도 함부로 뛰지 않으리라. 스스로도 과보호라고 생각하였으나, 요나가 열이 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는 괴롭다.
「오빠! 지금 수로에서 첨벙 했어! 물고기?」
「수로의 물고기는 튀어오르지 않아」
 바다에는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지만, 마을 수로에 사는 물고기는 얌전하다.
「요나도 물 뜨러 가고 싶어」
「아직 안 돼. 물통에 길은 물은 무거워. 수로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위험해」
 마을 수로는 소중한 생활용수였다. 물을 더럽히지 않도록 낚시를 해도 되는 곳도 정해져 있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니어도 요나도, 마을 사람 대부분이 헤엄을 치지 못한다. 만약 수로에 떨어져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오빠를 더 많이 도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요나는 이제부터 심부름 갈 거잖아? 잘 돕고 있는데 뭘」
 그리 말해 주자 요나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분수 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손으로 튕기는 현의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데보루 언니다!」
 데보루는 맑게 갠 날에는 분수 앞에 앉아 애용하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포포루가 없는 도서관이 있을 수 없듯이 데보루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 마을이란 니어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요나의 손이 스르르 풀렸으나 니어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데보루와 포포루 자매는 요나가 어머니로도 언니로도 따르는 존재이다.
「안녕. 요나, 이제 열은 내렸어?」
 데보루는 요나의 뺨을 손끝으로 가볍게 찌르고는 앞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도록 쓰다듬었다.
「응. 이제부터 요나, 심부름하러……」
 마른기침에 요나의 말이 끊겼다. 데보루가 느리게 도착한 니어를 걱정스러운 듯 올려다본다.
「열은 3일 전에 내렸지만 기침이 아직 멈추지 않아요」
「그래. 심한 기침은 아닌 것 같지만」
 목감기 같은 가래 섞인 기침도 아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씩씩 소리를 내는 기침과도 다르다. 어딘가 불안감조차 느껴지는 마른기침이었다. 그다지 괴로워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까지 요나가 이런 기침을 한 적은 없다. 그것이 니어를 불안하게 했다.
「심부름하고 돌아오는 길에 포포루에게 들러 봐. 어젯밤에 무기점 할머니께 기침약을 달여드렸으니까 아마 남은 것이 있을 거야」
 포포루가 달인 약의 쓴맛을 떠올렸는지 요나가 얼굴을 찌푸린다. 그 모습을 보고 데보루가 말했다.
「참고 약을 먹으면 상으로 포포루가 그림책을 읽어 줄걸」
「정말? 큰 나무 이야기, 읽어 줘?」
「그래」
「요나, 포포루 언니에게 가서 참고 약 먹고 책 읽어달라고 할래」
「그 전에 심부름을 해야지?」
「앗. 그랬지」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요나는 빙글 하고 발길을 돌렸다. 즐거운 듯 웃는 데보루에게 인사를 하고는 니어도 동문 쪽으로 달려갔다.
 다시 집 앞을 지나쳐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자 동문은 코앞이었다. 잘 아는 문지기가 졸린 듯한 얼굴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안녕하세요」
「아아, 안녕. 밖으로 나갈 거면 조심하라고. 아무래도 마을 바로 근처에서 마물을 본 녀석이 있다나봐」
 마물. 들에 사는 짐승보다도 훨씬, 훨씬 위험한 존재. 마구잡이로 사람을 습격해 오는 검은 적. 사람들이 마을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하는 것도 마물 탓이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놈들도 얌전히 있겠지만 말이야」
 마물은 햇빛에 약하다. 그래서 맑은 날 낮에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흐린 날이나 햇살이 약해지는 저녁 이후, 그림자나 수풀 안 등은 위험했다.
 마물의 약점은 햇빛뿐, 아무리 밝아도 횃불 종류는 효과가 없는 듯하다. 이유는 모른다. 애초에 마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들은 생물인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증식하는지, 어느 정도의 지혜가 있는지.
 다행이 동문 주위에서 마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나, 대신 야생 산양이 나온다. 평원의 양과 비슷하게 기질이 난폭하고 위험한 동물이었다. 어설프게 다가갔다가는 뿔에 받히거나 발굽에 차인다. 니어는 풀을 먹는 산양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먼 옛날 사람들은 양이나 산양을 길들였다고 들은 적이 있지만, 니어는 진위를 의심했다. 그 녀석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것은 마법이라도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밤이 새카만 어둠이었던 시대가 있다고도 들었다. 이것도 믿을 수 없었으나, 사실이라면 그 시대에 마물은 없었을 것이다. 태양이 지평선으로 숨어 어두워지기라도 하면 마물은 제멋대로 날뛰리라. 인간 따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멸종하고 만다.
 새카만 어둠이 매일 찾아온다고 상상하니 그것은 그것대로 무서운 기분도 들었으나, 마물이 한 마리도 없는 세상은 분명 살기 편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니어는 거기에서 생각을 중단했다. 먼 옛날의 생활 따위는 상상할수록 헛수고일 뿐이다. 그로써 자기들의 생활이 편해지지도, 요나가 건강해지지도 않는다.
 자루에 가득 찬 약초와 바구니에 가득 찬 버섯을 다 모으고 발치의 그림자를 본다. 예정보다 훨씬 일찍 끝났다. 햇빛이 약해지는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멀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면 요나가 좋아하는 붉은 열매를 맺는 나무가 있다. 그럴 시간은 충분히 있었으나 다시 생각하고 동문으로 향한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오늘은 요나 곁에 있어주고 싶다. 어째서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한발 늦었네. 요나는 조금 전에 돌아갔어」
 포포루는 약초 자루를 받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림책을 한 권만 더 읽어 주었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편지가 도착해서」
「괜찮아요. 일 때문에 바쁘신데 죄송해요」
 포포루의 일은 여러 방면에 이르고 있다. 주된 일은 이 도서관의 관리였으나, 언니 데보루와 함께 사람들의 생사에도 관련된 모든 일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 주변 도시나 마을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데보루와 포포루가 받고, 죽은 자는 데보루와 포포루가 장례 한다.
 또한, 박식한 포포루는 주변 마을이나 도시의 촌장들에게 여러모로 의지 되는 존재였다. 그들은 자기들의 마을이나 도시에서 문제가 생기면 포포루의 지혜를 빌리려 편지나 심부름꾼을 보낸다.
「요나의 기침, 평소와는 조금 다르더구나」
 역시, 라는 불안과 포포루가 알아차렸다면 괜찮다는 안도가 니어의 안에서 뒤얽힌다.
「그래서 기침약은 먹이지 않았어. 상태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럼 오늘은 일찍 재워야겠네요」
 저녁밥도 일찍 먹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 주고 내일은 하루종일 얌전히 있게 하고……. 머릿속에서 순서를 정하고 있자 포포루가 킥킥 웃었다.
「그렇게 걱정만 하고 있으면 네가 쓰러져 버릴 거야」
「하지만」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포포루가 그렇게 말해 주자 내심 안심했다. 자기들 남매는 이 마을 누구보다도 이 자매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고 새삼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나온 후에는 버섯을 갖다주고 호박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당장 저녁밥으로 달콤하게 삶은 호박을 내자. 요나는 분명 기뻐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2층 창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거기에 요나의 모습은 없다. 평소라면 니어가 돌아올 무렵이 되면 창에 붙어 바깥을 보고 있건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요나!」
 부술 듯한 기세로 문을 열고 집으로 뛰어든다.
「오빠?」
 병아리를 손에 올린 채 요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니어를 올려다보았다. 안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요나가 2층에 없던 것은 병아리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요나가 쓰러져 있지는 않을지, 웅크리고 괴로운 듯 기침을 하고 있지는 않을지, 그런 광경만을 상상하며 허둥지둥한 자기가 우스웠다.
「병아리, 밥 많이 먹었어」
 요나는 기쁜 듯이 병아리를 쓰다듬고는 깨지는 것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내려놓았다.
「있지, 포포루 언니가 기침약 안 먹어도 된대. 그 대신 따뜻하게 하고 일찍 자래. 그리고, 응……」
 평소대로의 요나였다. 집에 돌아온 니어 뒤에 딱 붙어 걸으면서 그날 있던 일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마치 떨어져 있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되찾으려는 듯이.
 안심한 니어는 짐을 내렸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요나의 수다를 들으며 부엌에 불을 지핀다. 마른기침과 함께 요나의 말이 멈춘다. 기침이 별안간 격렬해졌다.
「너무 많이 말했어, 요나. 조금 조용히 해야」
 뒤돌아보려 한 순간 토하는 소리가 났다. 기침을 지나치게 해 토하고만 듯하다. 당황해 다가가려던 니어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입가를 누른 요나의 양손이 검게 물들었다. 토사물과는 분명히 다르다. 숨 막히는 냄새. 피 냄새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오…빠……아…파……」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일어서려던 요나가 다시 기침을 했다. 검은 핏덩이가 손가락 사이로 주룩 미끄러져 떨어져 바닥의 피 웅덩이로 튀었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가 살아서 꿈틀대는 듯했다.
 불길한 단어가 뇌리에 스친다. 흑문병(). 검은 사신이라고도 불리는 병이었다.

     4

「우선은 이것으로 진정될 거야」
 포포루는 방에서 나가도록 눈짓으로 니어를 재촉했다. 간신히 잠든 요나 곁에 붙어 있던 데보루도 끄덕였다.
 그 후,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등이 아프다며 우는 요나를 안고 밖으로 뛰어나간 일은 기억한다. 데보루와 맞닥뜨리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던 기분이 든다.
 정신을 차리자, 포포루가 요나에게 약을 먹이고, 데보루가 피로 더러워진 바닥 청소를 도와주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는 데보루와 포포루가 전부 도맡고 자기는 그저 허둥댈 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요나가. 그럼 요나가 죽으면? 새카만 구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없었다.
「어째서……어째서 요나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포포루와 단둘이 되자마자 니어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렇게 작은데. 내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음식이 나빴기 때문에?」
「아니. 네가 부족했던 것도, 음식 탓도 아니야. 흑문병은 그런 병이야」
 죽음의 병이라 두려워하는 흑문병의 원인은 포포루도 모른다고 한다.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감염되는 것도 아니고,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유전되는 병도 아니다. 체질과도 생활습관과도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고, 건강한 사람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기침이나 열 같은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 그래서 감기로 착각하기 쉽지만」
「혹시 포포루씨는 알고 있었나요?」
 혹은 데보루도. 요나의 기침 소리를 듣고 포포루에게 가라고 말한 사람은 데보루이다. 포포루는 기침약을 주지 않고 상태를 보자고 말했다. 평범한 기침약으로는 효과가 없음을 알았던 것이리라.
「착각이기를 바랬어. 하지만 나도 데보루도 흑문병 환자를 본 적이 있으니까……」
 포포루는 꺼질듯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요나는……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언제까지 살 수 있는가, 라고는 묻지 못했다. 흑문병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며 특효약도 치유법도 없음은 니어도 알고 있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병이었기에 누구나 어느 정도의 지식을 지니고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열과 기침, 통증이 계속될 거야. 요나는 등이 아프다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뼈에서 느껴지는 통증이야. 사람에 따라서는 발뼈가 아프거나 팔뼈이기도 한데」
 증상이 진행되면 아픈 곳도 전신으로 퍼진다고 한다. 이윽고 뜻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어 가만히 누워 있어도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피를 토함으로써 점점 쇠약해져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몸에 검은 문자 같은 것이 나타나게 되면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야……」
「무언가 방법은 없나요?」
 어리석은 질문임은 알았다. 알기에 더욱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이면 통증 억제 정도는 가능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안 돼」
「통증만이라도 멈출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요나를 괴롭게 하고싶지 않다. 적어도 고통만이라도 없앨 수 있다면. 그러나 포포루는 작게 머리를 흔들었다.
「흑문병의 통증을 멈추는 약은 기침약이나 해열제처럼 마을 근처에서 재료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해」
 즉, 고가의 약이라는 뜻이다. 기침약이나 해열제는 니어가 항상 약초를 캐 왔기에 필요해질 때마다 포포루에게 받으면 됐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 약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도……요나를 위해서라면」
 포포루는 슬픈 듯 눈을 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_M#]n

「적과 흑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