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13-2 홈페이지에 소설이 올라와 있었다.
이거, 제목이 같은 듯한데 일본 엑박판13 부록으로 줬던 거랑 똑같은 건가?-_-a
생각보다 별 내용은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건 13-2는 팔씨한테 놀아나는 게 아니라 신에게 놀아나는 내용 같다는 거 정도?;
※주인장은 일판으로만 플레이했기 때문에 용어는 일판을 기준으로 마음대로 해석했음.
그나저나, 하다 만 에피소드 제로 해석도 어떻게든 해야 할 텐데-ㅁ-;; 무려 1년이 넘게 방치 중(…)
◈이제까지 해석한 FF13 소설 리스트◈
n[#M_「FINAL FANTASY XIII – Episode i -」|내용 가리기|FINAL FANTASY XIII – Episode i –
「마치 기적 같다」
코쿤을 올려다보는 라이트닝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네, 하고 바닐라는 목소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로 답한다.
낙하하는 코쿤을 막아야 한다고 필사적이었다. 그 안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많은 인생이 있다. 그것을 지키고 싶다고 마음 깊이 생각했다. 한순간이라고도 영원하다고도 생각되는 시간 후, 정신을 차리자 바닐라는 팡과 함께 「여기」에 있었다.
먼 옛날, 팔씨 아니마의 신전에서 크리스탈이 되었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팔씨 아니마도 신전 안의 모든 것이 잠들었기 때문이리라. 꿈조차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이었다.
지금은 잠자고 있는데 세상이 보인다. 이렇게나 아름답고, 이렇게나 따스한 그랑 펄스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보인다.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공정에서 몇 명이나 되는 병사가 무장하고 뛰어나간다. 그 옷은 낯이 익었다. 그렇다, 확실히 PSICOM(사이콤)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그들은 더는 적이 아니다. 지금은 시민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앞으로 그들이 시민에게 총을 향하는 일은 없으리라. 확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믿을 수 있다.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라며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 거짓은 없다.
「더는 만날 수 없는 것이 운명이라도……우리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
호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인 옆얼굴은 쓸쓸해 보이기는 해도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코쿤 사람들을 구한다는 기적을 일으켰기에 크리스탈이 된 바닐라와 팡을 다시 해방하는 기적도 일으킬 수 있다, 그리 생각하고 있으리라.
고마워, 호프, 하고 바닐라는 속삭였다. 하지만, 더는 만날 수 없는 게 아니야, 라고도.
계속 보고 있을 테니까. 설령 모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보고 있으니까. 코쿤을 지지하는 크리스탈 기둥에서 이 그랑 펄스의 광대한 대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모두 행복해져. 소중한 사람의 손을 놓으면 안 돼.
바닐라는 소중한 사람과의 재회를 마친 동료들을 흡족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안도감이 가슴에 퍼졌다. 드디어 속죄할 수 있었다. 자기들 때문에 르씨가 되고 만 닷지와 세라에게.
조금 후에 재회의 놀라움과 기쁨이 진정되었을 무렵, 세라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세라는 바닐라가 아닌 코쿤을 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진다.
저것은 내 눈이다, 라고 바닐라는 생각했다. 자기들의 행동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했다. 무관계한 사람들을 말려들게 하고, 그들의 운명을 바꾸고 말았다. 그 죄의 무게가 무서워서, 괴로워서, 마주하는 것조차 할 수 없어서, 오로지 도망쳤다.
나도 같은 얼굴, 하고 있었구나…….
그렇기에 세라의 심정은 괴로울 정도로 잘 알았다. 세라가 지금 어떤 기분으로 코쿤을 올려다보고 있는지.
하지만, 하고 바닐라는 생각한다. 그날, 세라는 보덤 해변에서 바닐라를 격려해 주었다. 『모두가 있기에 나는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세라의 눈동자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설령 지금 죄책감과 후회에 짖눌릴 것 같아도 세라는 금세 일어서서 앞을 향하리라.
바닐라는 세라 곁에 선 스노우를 부른다.
세라 곁에 있어 줘. 그러면 세라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어. 설령 망설인다 해도 나아갈 수 있어. 스노우니까 「우리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 바닐라와 팡을 구할 방법을 찾으러 가자!」라고 말할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돼. 꼭 세라 곁에 있어 줘.
들릴 리도 없건만 스노우가 돌아보았다. 마치 바닐라의 목소리가 들린 것처럼, 「미안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재회한 순간에는 과거도 미래도 아무것도 머리에 없었다.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세라를 되찾았다는 실감을 원했다. 그 이외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내 머리는 단순하게 만들어졌으니까. 그것밖에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미안해, 라고 스노우는 기둥 안에서 잠들었을 바닐라와 팡에게 사과했다. 세라의 시선이 간 곳을 깨닫고 「현실」로 되돌아왔다. 아직 동료가 두 명 구조되지 못했다. 들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차가운 잠 속에서 본 미래는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미래였다. 그중에는 확실히 바닐라도 팡도 있었다. 그렇다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코쿤, 부서져 버렸네」
세라의 목소리에 스노우는 제정신이 들었다.
「나는 살았지만……. 무사히 사람으로 돌아와서 스노우도 언니도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세라는 그리 말하고 코쿤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 나만 살아서 나만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걸. 하지만……무엇을 해야 좋을까」
확실히 세라의 말대로였다. 모두가 살 집을 잃고 생활의 기반이 파괴되었다.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의 수는 너무나 많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좋을지 생각하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질 듯하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자기 머리는 세세한 것을 생각하는데에는 맞지 않다.
「부서졌으면 다시 만들면 되잖아」
단순명쾌한 답이다.
「코쿤을?」
세라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니, 그게 아니라. 코쿤을 대신할 것을 여기에 만드는 거야. 그랑 펄스에 우리 힘으로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거야」
그자리에서 떠오른 생각에 지나지 않았으나 입 밖으로 내 보니 나쁘지 않다. 아니, 이 이상 좋은 방법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조차 든다.
「집도, 먹을 것도, 우리 힘으로 만들면 돼. 괜찮아. 할 수 있어. 우리, 보덤에서 같은 일 했었잖아? 밭을 만들고 마물을 사냥하고」
잠자코 듣고 있던 라이트닝이 문득 미소지었다.
「스노우답군. 부서지면 만든다라」
라이트닝이 그리 말하고 코쿤을 올려다본다.
「그렇군. 다시 만들면 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고향이야!」
아직 아무것도 없잖아, 하고 라이트닝이 말허리를 꺾는다. 세라가 킥킥 하고 웃는다.
「아아, 그런가……. 그랑 펄스에서는 모두가 가족」
기억해?, 하고 라이트닝이 스노우를 본다. 물론 기억한다. 바닐라의 말이다.
「그럼, 이제 여기는 우리 고향이야. 오늘부터가 아니라 훨씬 전부터」
라이트닝이 기둥을 향해 미소지었다. 바닐라와 팡에게.
「저 녀석들의 고향인걸」
그랑 펄스를 방황하며 작은 희망에 기대어 오르바향을 향하던 날들. 확실히 자기들은 함께 싸우는 동료이며 가족이었다. 그때부터 이 대지는 지옥도 적지도 미개한 땅도 아닌, 또 하나의 고향이 되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숨을 죽이는 기척이 났다. 호프다. 그 시선 끝에 푸른 군복 모습의 한 무리가 있다.
「저 사람들, 기병대의……」
중얼거리자마자 호프가 뛰어나간다. 그랬다. 호프의 아버지의 안부가 아직이었다. 다만, 팔룸폴룸에서 그를 보호한 것은 기병대의 별동대였다고 들었다. 그들이라면 무언가 정보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가자」
라이트닝이 호프를 뒤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렇지. 비상시에는 서로 도와야지」
삿즈가 닷지를 안고 뒤따른다.
「아빠, 비상시가 뭐야?」
「힘든 일이 산더미처럼 일어났을 때라는 의미지. 뭐, 아빠는 계속 비상시나 다름없지만」
닷지의 어깨에 앉아 있던 병아리 쵸코보가 「안 와?」라고 말하듯 스노우와 세라를 향해 한 번 울었다.
미안해, 라고 스노우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바닐라와 팡에게 사과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을 끝내면, 그랑 펄스에서의 생활이 궤도에 오르면, 반드시 구하러 갈게. 다 함께 웃던 그 미래를 환상으로 끝내지 않겠어.
「우리도 가자」
「응」
코쿤을 올려다보던 때와는 다른 밝은 표정으로 세라가 끄덕인다. 그 어깨를 안고 스노우는 걷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발트로이 에스트하임이라는 사람을 모르시나요!?」
호프는 푸른 군복의 병사 무리를 향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적어도 리그디가, 그 부하가 있었으면 했으나, 아무래도 여기에 있는 것은 리그디의 부대가 아닌 듯하다. 누구도 전혀 본 기억이 없었고, 모두가 난처한 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팔룸폴룸에서 기병대에게 보호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누가……」
모르시나요, 라고 말하려던 호프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돌아보자 역시 본 적 없는 얼굴이었으나, 상대는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너희 아버지는 무사하시다. 안부 확인도 되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을뻔할 정도의 안도감을 느꼈다.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이렇게나 중압감과 긴장감을 불러온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동시에 깨닫는다. 팔룸폴룸의 집에서, 보덤 봉쇄부터 퍼지에 이르기까지의 보도를 쭉 보아왔을 때의 아버지 심경을.
「다만, 지금은 피난민 유도가 최우선이다. 미안하지만 어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조금 나중이 될지도 모른다」
「상관없어요. 무사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고맙습니다」
코쿤의 시민이 일제히 피난해 오는 것이다. 그 유도만으로도 큰일이고, 물과 식량 배급도 필요해진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안부를 가르쳐 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라이트닝이 호프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돌아보자 삿즈도 스노우도 「다행이구나」라며 끄덕이고 있다. 걱정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코쿤의 피해상황은?」
병사에게 그리 묻는 라이트닝은 이미 군인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일단 3분의 2는 무사하다. 누군가가 중력장치를 조작했는지, 그것이 낙하 충격을 상당히 완화시켜 주었다」
3분의 2는 무사하다는 것은 나머지 3분의 1은 무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람도 도시도, 3분의 1이 소실되었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보덤 주변인 듯하나, 퍼지 때문에 사람이 없는 상태였잖아? 그 지구에서의 인적피해는 거의 없었다더군」
그것을 행운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얄궂은 운명으로 간주해야 할지, 호프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보덤은 라이트닝과 스노우의 고향이다.
「다시 만들면 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이트닝의 말이 귓전에 되살아났다. 어쩌면 그때 이미, 라이트닝은 외곽부분 파괴상태를 보고 보덤에 피해가 미친 것을 알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이제 곧 여기에는 피난민을 태운 비공정이 도착한다」
그 전에, 하고 병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아. 어쨌든 너희는 얼굴이 알려졌다」
「코쿤의 적인가」
그랬다. 많은 시민은 진상을 모른다. 그들은 코쿤을 파괴한 것이 펄스(하계)의 르씨라고 믿고 있을 터이다. 자기들이 지금 낙원에서 쫓겨난 것도 르씨 탓이라고.
「확실히. 눈앞에 르씨가 있다면 시민이 취할 행동은 하나다」
팔룸폴룸에서의 광경이 뇌리를 스친다. 도시 사람들의 적의에 찬 눈.
「알았다. 그쪽 지시에 따르지. 불필요한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
그래도 되지, 하고 돌아보는 라이트닝에게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미안하다. 너희가 몸을 숨기는 것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줘. 진짜 적이 누구였는지가 공표되면 시민의 오해는 풀어질 거다. 그때까지 견뎌 줘」
과연 그럴까, 하고 호프는 가슴 속으로 중얼거렸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자기들은 PSICOM과 싸웠다. 그리고 PSICOM의 병사들에게도 가족은 있었을 터이다. 그 가족에게 있어서는 진상이 어떻든 「펄스(하계)의 르씨는 적」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적의와 증오로부터 눈을 돌리고 싶지 않았다. 달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자기가 강할지는 아직 자신이 없었으나, 그래도 도망치는 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무엇 하나 속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르씨의 힘을 잃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도망치기만 하는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실제로 잃은 슬픔. 그 모두를 알고 있는 지금은.
호프는 앞서 걷는 푸른 군복 등을 향해 외쳤다.
「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언가 없을까요?」
「병사님, 파일럿은 충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느냐는 호프의 말을 들은 순간, 삿즈는 반사적으로 그리 물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피난시키는 것이니 파일럿 머릿수는 많을수록 좋지」
삿즈는 코쿤을 가리켰다. 3분의 1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코쿤의 모든 주민을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려면 비공정을 대체 몇 번 왕복시켜야 충분할지.
「그것은 그렇지만……」
「그럼 결정이로군. 조종석에 가만히 있으면 얼굴을 보일 걱정도 없지」
비공정이 나설 곳은 코쿤에서 그랑 펄스로의 이동뿐만이 아니다. 코쿤 내부에서는 낙하의 충격으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거나 건물이 쓰러져 피난도 못하고 고립된 주민도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구출에는 소형 비공정이 필요해진다. 당연히 그것을 조종할 파일럿도.
「고마워. 솔직히 여기나 저기나 일손이 부족해」
「하지만, 덕분에 PSICOM과는 수월하게 정전협정이군.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야」
기둥 바로 아래에서는 푸른 군복에 섞여 PSICOM 병사들이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소속에 관계없이 모두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삿즈에게는 그것도 또 하나의 「기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당신의 면허는?」
「하늘을 나는 거라면 무엇이든」
원칙상으로는 민간기 조종 밖에 허가되지 않으나, 이 비상시에 군용기 조종은 허기할 수 없다고 하는 돌머리는 없으리라.
「그렇군.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가능하면 조종석에 여유가 있는 것이 좋겠어」
삿즈에게는 닷지를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앞으로 상황이 안정되면 이전처럼 닷지를 맡겨두고 일하러 가게 되겠지만, 지금만은 달랐다. 지금만은 잠시라도 떼어놓지 않을 것이다.
그날, 에우리데에서 아주 잠깐 닷지에게서 눈을 뗀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만의 생활에도 익숙해지고, 또한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안도감과 방심이 터무니없는 재앙을 불렀다. 같은 전철은 밟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닷지」
안고 있던 닷지를 아래로 내리고 얼굴 높이가 같아지도록 무릎을 굽힌다.
「아빠 일은 파일럿이야. 네 일은 무었이었지?」
「음……밥 많이 먹고, 많이 놀고, 낮잠 자고, 장난은 조금만 치고, 혼나고, 잘못했습니다 하고……」
매일 아침, 나가는 도중에 이런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보육원에 도착하면 「자, 네 일터에 도착했다」라고 말하고 닷지를 배웅해 주었다.
「맞아. 그렇지만 오늘만은 조금 달라」
「달라?」
「오늘 네 일은 아빠 일을 보는 거야. 아빠 옆에서 얌전히 앉아 있는다. 할 수 있지?」
닷지의 얼굴이 확 빛났다. 이제까지 닷지는 삿즈가 조종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조종석 그 자체도 본 적이 없었다. 삿즈는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는 닷지에게 서둘러서 다짐을 한다.
「알겠어? 마음대로 일어나거나 뛰어다니면 안 된다. 가만히 있는 것이 일이니까 말이야. 너도 똑같아」
닷지의 어깨에 앉아 있는 병아리 쵸코보에게도 말을 꺼낸다.
「마음대로 날아다니지 마」
잘 알았다고 말하듯 병아리 쵸코보가 목청을 돋우어 울었다. 그것을 신호로 닷지를 다시 안아올린다. 기분 좋은 무게였다.
다만, 이렇게 가볍게 안아올리는 것도 그리 오래는 계속할 수 없으리라.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커진다. 앞으로 10년도 지나지 않아 닷지는 지금의 호프와 같은 연령이 되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닷지가 어른이 되면 바닐라와 팡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잖아? 어렸을 때 르씨였는지 어땠는지 하는 이야기는 말이야…….
모두가 옛날이야기라고, 다 함께 웃어 넘기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지금은 아직 그것이 조금 먼 미래라고 해도.
「좋아. 그럼, 갈까」
올려다보니 크리스탈 기둥이 반짝이고 있다. 소중한 동료 두 명이 잠자는 장소. 삿즈는, 또 만나자, 라고 중얼거리고 빠른 걸음으로 병사 뒤를 따랐다.
어린아이의 미소를 보는 것은 오랜만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 코쿤에서 깨어난 후, 보덤의 쇼핑몰이나 에우리데 광장에서 아이는 얼마든지 보았는데.
아마도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이 변한 탓일 것이라고 팡은 생각했다.
변했다기보다 돌아왔다고 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모른다. 오르바향에서 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때의 자신으로.
아이는 모두 같은 얼굴로 웃는구나. 코쿤의 아이도, 오르바의 아이도. 이상하다.
당연하지, 코쿤에서도 오르바에서도 아이는 아이인걸, 하고 바닐라가 웃는다.
그것은 그렇군, 하고 대답하면서 팡은 「평범한 아이」로 돌아온 닷지의 미소를 질릴줄 모르고 바라보았다. 이제 저 아이는 성부의 르씨가 아니다. 표식이 사라진 손등을 보았을 때에는 진심으로 안심했다.
『닷지는 너희 탓이 아니야. 그 에우리데 사건은 닷지에게서 눈을 뗀 내 책임이다. 그것으로 됐어』
그때, 삿즈는 그리 말하고 팡을 탓하려하지 않았다. 그 말은 구원이었다. 어깨에 지고 있던 것이 확실히 한결 가벼워졌다.
다만, 그래도 자기 안에 책망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무관계한 아이를 말려들게하고 말았다. 설령 그것이 코쿤의 아이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 자신을 책망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지울 수 있는 것은 삿즈의 말이 아닌 닷지 본인의 말 밖에 없으리라.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랐다. 용서해 준 것은 말이 아닌 미소였다.
팡은 또 한 명의 「용서를 빌어야 하는 사람」에게 시선을 옮긴다. 스노우 곁에서 미소짓는 세라에게.
『용서할지 아닌지는 세라가 결정할 일이야』
경계태세의 팔룸폴룸 거리에 잠복했을 때, 라이트닝은 그리 말했다.
용서해……줄까. 나를.
괜찮아, 라고 바닐라가 속삭인다. 세라는 다정하고 강하니까.
그렇구나. 그럼 이로써 우리 일은 끝이로군. 빌어먹을 사명도 코쿤이 박살나서 마침 정리되었고, 모두 르씨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어.
아니, 정확하게는 끝나지 않았다. 코쿤을 계속해서 지탱하는 역할이 남아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팡에게 그것은 일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 이상한 잠에 몸을 맡기고 길고 긴 시간을 보내면 될 뿐이다. 옆에는 바닐라가 있다. 언제 시해(シ骸)가 될지 두려워할 필요도 없이, 둘이 함께 평안히 지낼 수 있다.
일이라기보다 상 같은 거지.
그때였다. 문득 미소짓는 기척을 느꼈다.
누구야?
팡이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바닐라도 또한 놀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 자기들은 이 기척을 알고 있다. 먼 옛날에……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사라지고만 기억 안에 있다.
바닐라가 여신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랬다. 바닐라에게는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 미소의 주인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뭐야.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전부 알았어. 기적은 그런 것이었구나.
매듭이 깨끗이 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라진 기억이 돌아온 것도 아니건만, 안개가 걷힌 것처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팡은 다시 동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길을 주었다. 삿즈는 닷지를 키우느라 바쁠 것이고, 호프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문제는 스노우와 라이트닝이다.
우리를 구하겠다거나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말 하지 마. 절대로. 네놈 일이나 생각해. 알았어? 알았지?
바닐라가 킥킥 웃는다. 어쩔 수 없잖아, 애당초 저녀석들은……하고 한숨을 쉬려던 팡은, 이런이런 하고 쓴웃음지었다.
라이트닝은, 우리는 내버려 둬, 라고 소리치는 팡이 눈에 선해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하지만, 알고 있잖아? 동료를 내버려둘 수 있을 리가 없는 것 정도는.
서로 상대의 생각 정도, 할 말 정도를 추측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공유했다. 그것이 함께 싸운 동료라는 것이리라.
아마도 다른 동료들도 바닐라와 팡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를 바라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다만, 크리스탈이 된 르씨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인간의 힘에 벅찬데다, 무엇보다 코쿤을 지지하는 기둥을 부술 수는 없다.
코쿤을 지지하는 기둥은 그대로 두고 두 사람을 빼내거나, 지지대가 없어져도 코쿤이 위험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기둥을 없애거나……. 결국 현재의 인간 기술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니 찾으러 가는 것이다.
이 광대한 그랑 펄스 어딘가에 그것을 가능하게 할 기술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 힌트가 될 기록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이전에 낙인을 지울 방법을 찾아 이 대지를 방황했으나 찾지 못한 채 코쿤으로 돌아갔다. 다만, 그때는 구석구석까지 돌아보지 않았다. 아직 가지 않은 장소도 있다. 그곳을 찾아보면 이번에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르씨가 아닌 지금, 마물이 배회하는 그랑 펄스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라. 긴 여행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스노우를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스노우에게는 세라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라이트닝은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로 얼마 전까지 세라를 지키는 것은 자기 역할이었다. 라이트닝은 작은 손을 이끌며 걷던 날들을 그린다. 그 역할을 물려줄 때가 온 것이다. 아니, 훨씬 전부터 스노우는 그 역할을 이어받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깨닫지 못했을 뿐.
처음에는 말만 앞선 남자라고 생각했으나, 어느새 그 말에 격려받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 아마도 그 말에 거짓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스노우의 말은 사람을 움직이게하는 힘이 된다.
스노우에게라면 맡길 수 있다. 믿을 수 있다. 그 광대하고 가혹한 그랑 펄스 대지에서 살아나갈 힘을 지닌 남자다.
행복해져야 해, 세라.
라이트닝은 그리 중얼거리고 미소지었다. 하나의 역할을 끝냈다는 만족감이 있는 한편, 아련한 섭섭함이 있다. 그렇지만 그 섭섭함도 지금은 기분 좋다.
삿즈가 기동대 병사와 함께 비공정 발착 포인트로 걸어간다. 그 품에 안긴 닷지가 라이트닝을 향해 손을 흔든다.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다. 손을 흔들어 답해주자 닷지는 기쁜 듯이 웃었다.
삿즈에게도 닷지를 키운다는 역할이 있다. 아이에게 부모를 대신할 것은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잇달아 잃은 자신이기에, 조금이라도 오래 부자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파일럿이라는 직업을 가진 삿즈는 앞으로 지독히 바쁘기 짝이없으리라. 코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광대한 그랑 펄스의 생활에는 비공정이 불가결하다. 삿즈의 기능(技能)은 더욱더 필요시된다. 바닐라와 팡을 해방하는 방법을 찾는 여행 따위는 도저히 할 수 없다.
호프에게도 무리다. 싸움이 이어지는 나날 중에는 알렉산더를 부리는 마음 든든한 동료였으나, 르씨의 힘이 사라진 지금은 극히 평범한 소년이었다.
한동안은 공부를 할 상황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되면 어떠한 형태로 학교도 재개되리라. 학교를 다니고, 친구와 놀고……그런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세라를 지키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자기와 다르게, 호프는 얼마 남지 않은 아이 시기를 충분히 즐기기를 바랬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도.
역시 지금 저 두 사람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결정되었다.
게다가 세라를 구하면 다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세라를 되찾고 싶다고 밖에는.
언제부터일까, 그 마음이 변한 것은.
처음으로 그랑 펄스 대지에 내려서서 코쿤을 올려다보았을 때였을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세계를 바깥에서 보았다. 그 순간. 넓다고 생각하던 자기 세계가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작게 보였다.
넓은 하늘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코쿤. 그러나 그 안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그와 같은 수만큼의 행복이 있다…….
그 놀라움이라고도 당황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하리라. 아마도 그때 자기 안에서 무언가가 바뀌었다.
세라를 구하고 모두 함께 살아남는다. 그 「모두」가 같은 르씨 동료뿐만이 아니게 되었다. 코쿤 사람들 모두. 그 「모두」 함께 사는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아니, 코쿤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바닐라와 팡처럼, 어쩌면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그랑 펄스 사람들. 이 넓은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지키고 싶다는 소망이 이 가슴속에 있다.
그렇기에 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한시라도 빨리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마음이 급해져 있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예감만이 있었다. 어느사이엔가 라이트닝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무엇이 나를 재촉하지? 대체 이것은……무엇이지?
알고 있었건만, 이해하고 있었건만, 자기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당황하고 쩔쩔맸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현실이기에 자기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저 보고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힘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그것을 깨닫자 용기가 솟았다. 세라는 똑바로 고개를 들고 부서지려는 코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크리스탈을.
바닐라…….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어? 크리스탈이 되었던 동안 내게 모두가 보였던 것처럼 지금의 바닐라에게 우리가 보여?
크리스탈이 된 직후의 기억은 애매했지만, 그 후에 빌지호수에서의 사건이라면 기억한다. 스노우와 죽 함께였다. 꿈속처럼 뚜렷하지 않은 감각밖에 없어도 스노우 곁에 있었다.
아마도 눈물 크리스탈을 스노우가 계속 갖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세라는 크리스탈이 되어도 스노우의 목소리를 듣고, 스노우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음에 틀림없다.
크리스탈이 되어 꾸는 꿈은 사람마다 각각 다른 듯하다. 저 닷지라는 남자아이는 많은 쵸코보와 노는 꿈을 꾸고 있었다고 한다. 저 아이를 따르던 병아리 쵸코보가 보여준 꿈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삿즈씨……였던가, 저 아이의 아버지가 즐거운 꿈을 꾸게 해 주고 싶다고 바랬기 때문일까?
세라는 분명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던 것은 스노우가 그렇게 강하게 바랬기 때문이 틀림없다. 그리고 자기도 또한 그것을 바랬기에.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꿈속에서도 스노우 곁에 있을 수 있던 것은 세라의 마음을 지탱해 주었다. 만약 홀로 차가운 잠을 자고 있었다면 깨어나기 전에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바닐라도 즐거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마음만이라도 모두 함께 있기를 세라는 기도했다.
「좀 큰 걸 날리고 올 테니 우리는 이만」
삿즈의 목소리에 세라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닷지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세라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누나, 안녕」
「응. 닷지군도 잘 지내」
그러고 보면, 깨어나서 처음 본 것은 이 아이의 미소이고, 처음으로 들은 것은 순진무구한 이야기였다. 세라는 이 작은 손을 잡고 그랑 펄스 대지를 밞았다. 현실로 걸어나간 것이다. 고마워, 라고 세라는 미소지었다.
어-이, 하고 병사가 삿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많이 바쁘구나. 가자」
조급히 삿즈 부자가 떠나간다. 가 버렸네요, 라고 옆에서 호프가 중얼거렸을 때였다. 엇갈려서 다른 병사가 달려온다.
「어이, 아버지가 계신 곳을 알았다. 다음 편을 타고 온다. 자재를 실은 거야」
「아버지가!?」
「그래. 이제 몇 분 후에 도착한다」
발트로이 에스트하임―――호프의 아버지가 「르씨의 아버지」라는 것을 아는 시민은 결코 많지 않겠지만, 전무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일반시민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자재운반용 비공정으로 피난해 온 것이리라.
「도착 직후라면 눈에 띄지 않고 아버지와 만날 수 있을 거다」
「고맙습니다」
「인사는 됐어. 그보다 서둘러라. 착륙의 혼잡을 틈탈 필요가 있으니 말이야」
병사의 재촉에 호프도 또한 조급히 떠났다.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이, 그저 눈과 눈으로 서로 끄덕일 뿐.
「어쩐지 눈 깜짝할 사이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군」
스노우의 목소리는 조금 섭섭한 듯했다. 원래 스노우는 쓸쓸함을 잘 탄다.
「응. 하지만, 헤어지는 것은 섭섭하지만 이로써 전원이 가족과 재회할 수 있는 거니까」
「그것도 그렇네. 해피엔드, 로군」
설령 뿔뿔이 흩어져도 함께 여행한 동료인 것은 변함없다. 떨어져 있어도 이어져 있다. 기둥 안에서 잠자는 바닐라와 팡과 똑같이.
「해피엔드지만 끝이 아니야」
이 이별은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다. 각각의 가는 길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소중한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미래가.
그렇다. 내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있지, 스노우. 나, 선생님이 될까 해」
「선생님이라면 학교의?」
「응. 아직 학교는커녕 집도 없지만. 그래도 아이는 많이 있는걸. 학교도 선생님도 필요해질 거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계속 생각했다. 잃어버린 낙원 대신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고. 그 답이 그것이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소중한 것을 전하고 싶어. 어째서 코쿤이 부저셨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팔씨가 준 것을 그저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자기들. 거짓된 낙원에 의문을 갖지도 않은 채. 그것이 큰 잘못이었다. 그래서 이 그랑 펄스에 사는 아이들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발로 서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면 지금의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돼. 함께 마을을 만들게 돼. 우리만으로는 작은 마을 밖에 만들지 못해도, 다 함께 힘을 합치면 큰 마을을 만들 수 있어」
「학교 선생님이라. 응, 세라다워」
알았어, 하고 스노우가 끄덕인다.
「미래의 동료로군. 세라가 만들려는 것은」
자기가 가르친 아이 중에는 똑같이 선생님이 되려는 아이도 있을것임에 틀림없다. 그 아이가 또 아이를 가르치고, 그 중에서 선생님이 되는 아이가 나오고……. 그렇다, 미래를 향해 이어지는 동료다.
「좋아! 결정이야! 큰 학교를 세우자」
이만-큼, 이라고 말하면서 스노우가 양팔을 크게 펼쳤다.
「그래. 아주 큰 학교와 많은 집이 있는 마을」
계속해서 믿으면 꿈은 현실이 된다. 세라는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이 대지에 마을이 펼쳐지는 광경을 떠올렸다. 자기가 죽은 후의 멀고 먼 미래겠지만, 언젠가 그랑 펄스가 낙원이라 불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주어진 모조품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낸 진짜 낙원이 될 날이.
「그렇지, 언니?」
세라는 동의를 구하려 돌아보았다. 그 순간 어렴풋한 위화감을 느꼈다. 자기를 둘러싼 무언가가 어긋난 듯한, 이제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기묘한 위화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으로, 붙잡을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언니?」
바로 조금 전까지 그곳에 있던 라이트닝의 모습이 없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다. 예감이 아니다. 어쩐지 굉장히……안 좋은 감각이었다.
「어라?」
시선들 되돌린 세라는 눈을 크게 떴다.
「나……어째서?」
크리스탈 기둥이 아까보다도 멀리 있는 기분이 든다. 자기는 기둥을 향해 걸어왔을 터이건만.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감각이 불안정한 것일까.
「언니……어디 있어?」
목소리가 지독히 떨리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해야 한다고 뺨을 두 손으로 누른 세라는 손가락 끝에 닿는 것에 당황한다.
눈물, 이었다.
어두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정확하게는 바다 같은 것.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는 그저 새카맣고 해명도 없고 소금 냄새도 없다. 마치 밤(夜)의 밑바닥에서 깊은 어둠이 꿈틀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것은 자기가 아는 바다가 아니다.
바다뿐만이 아니다. 이 장소 그 자체가 자기가 아는 어떤 곳과도 달랐다. 마물 같은 것은 있는 듯하지만, 동식물은 보이지 않았다. 생명의 기척이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소리도 없고 색도 없다. 그것이 단순히 정적과 어둠에 의한 것인지, 자기 자신의 오감(五感)이 이상해진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감뿐만이 아니라, 시간 감각도 지독히 애매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긴 세월이 흐른 듯한 기분도 들고, 눈을 깜박할 사이일 뿐인 듯한 기분도 든다. 한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는 듯한.
아아, 그래서 그런가.
어느덧 저항할 마음도 사라져 이 장소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을 알고 말았기에. 모든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있는 세계. 인간의 언어로 예를 들자면……허무와 혼돈.
그래도 계속해서 걷고 있는 것은 아직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인가.
「어디로? 나는 어디로 가려는 거지?」
답은 없다. 그저 한순간이라고도 영원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정적이 그 목소리를 지웠다._M#]
다음화도 있나요? 기대됩니다
아뇨, 이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전부입니다.n이 다음 내용은 FF13-2가 되겠지요^^
크으 결국 기다리는 수밖에 없네요 ㅠ
기대하며 연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n이번에도 한글화된다는데, 일본이랑 얼마나 차이를 두고 발매될지 살짝 걱정되네요.n너무 늦어진다면 13-2도 그냥 일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