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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PC판을 해석한 것입니다. PS2판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로그 올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날짜를 보면 1년 이상 전(…)
로그 해석을 잊지는 않고 있었다. 날짜 감각이 완전히 마비되었을 뿐이지–;;
이제 거의 종반이라 마음먹고 해석하면 금년 내에(…) 케이스케 루트는 끝까지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연말이라 신작 게임 발매 러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나느냐가 문제-_-a;;
덧붙여, 이미 자막(? 자세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음)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이건 내 취미인데다 배포 목적이 아니라 별로 신경 안 쓴다.
게다가 번역 수준까지는 못 돼도 해석치고는 꽤 준수한 수준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기도 하고-ㅅ-
[#M_로그 보기|로그 가리기| 비는 조금도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던 폐 빌딩. 낡은 쌍바라지문은 활짝 열려 있어, 아키라는 케이스케를 질질 끌듯이 지지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벽에서 떨어진 타일이 흩어진 좁은 복도. 입구 바로 옆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고, 복도 끝에 문이 있었다.
문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비뚤어져 닫히지 않게 된 듯해, 반쯤 열린 틈에 발끝을 밀어넣고 열었다.
안은 어슴푸레하고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생각보다 깨끗했다.
원래 물건을 거의 두지 않던 방이었으리라. 유리조각이나 나뭇조각 등은 흩어져 있었으나 밀어내면 별거 아니었다.
깨진 창문 유리 틈으로 비바람이 들이쳐, 커튼레일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천이 흠뻑 젖은 채 흔들리고 있다.
어두운 방. 회색의 살풍경한 분위기는 흐트러지기 전이라도 그다지 인상이 다르지 않았을 듯했다.
안에도 문이 하나 더 있었으나 움직일 기력이 없어 안을 보지는 않았다.
발치의 쓰레기를 옆으로 피해 케이스케를 눕혔다.
젖은 탓에 먼지가 붙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다.
케이스케는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젖은 앞 머리카락이 붙은 이마. 창백해진 피부.
급격한 불안을 느껴 케이스케의 목덜미에 손을 댔다. 손끝에 닿는 맥박에 안도한다.
그러나 피부는 차갑다.
아키라는 물방울이 떨어져 방해가 되는 앞머리를 쓸어올리고 케이스케 옆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바깥보다 조금 낫지만 실내도 결코 따뜻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적어도 물기를 닦을 것이 있다면……
호텔이라면 모포나 수건을 필요없는 택과 교환할 수 있을 터이다. 여기라면 그리 멀지 않다.
일어서려 하자 무릎이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아키라도 이미 한계까지 초췌해져 있었다.
몸이 납처럼 무겁다. 이대로 누워 곯아떨어져 깊이 잠들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더 견디어야만 한다.
아키라는 머리를 세게 흔들어 멍해지는 의식을 일으켜 세운 후 천천히 일어섰다.
비를 막을만한 것이 없나 실내로 시선을 돌린다.
작은 책상 같은 것이 쓰러져 있고 나뭇조각과 함께 널빤지 조각이 쌓여 있었다.
다가가 집어올리자 딱 좋은 두께와 크기였다.
수건과 모포가 젖어 버려서는 헛수고가 되고 만다.
빗속에서 호텔을 향해 달려갔다.
호텔 교환소에서는 한 번 품절이 되었던 솔리드 교환도 재개한 듯했다.
클럽이 엉망이 되어 한꺼번에 몰려들었던 사람 수도 꽤 안정이 된 것이리라.
모포와 수건, 마실 물과 식량을 무효 택과 교환해 돌아올 때에는 빗줄기가 다소 약해져 있었다.
서둘러서 방으로 돌아오자 아키라가 나갔을 때와 다름없이 어둠 속에 푸른 작업복 모습이 누워 있었다.
옆에 웅크려 앉아 맥을 확인하고 안도했지만 놀랍도록 식어 버린 피부에 초조감을 느꼈다.
머리를 닦고 얼굴을 닦아 주는 도중에 손을 멈추고 바라본다.
튼 보랏빛 입술. 놀랄 정도로 핏기가 가신 안색. 야윈 뺨.
정말로 죽은 듯이 자고 있다. 가슴이 죄어 드는 느낌이었다.
푹 젖은 옷은 벗겨서 말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작업복에 손을 댄 순간 케이스케가 작게 신음했다.
눈꺼풀이 경련하고 눈썹 사이가 찌푸려진 후 천천히 눈이 뜨인다.
케이스케 「…………」
아키라 「……케이스케」
목소리가 잠긴 소리에 반응해 케이스케의 시선이 느릿하게 아키라를 붙잡았다.
케이스케 「……아, ……키라……?」
―――라인은 중화된 것일까……?
그리 생각한 것도 잠깐, 초점이 맞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케이스케의 눈은 크게 뜨이고 눈동자에 검은 증오가 깃들었다.
케이스케 「……윽!!!」
벌떡 일어나려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자기 몸을 껴안듯이 웅크렸다.
케이스케 「……읏, 아, 파…………!!!」
격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쥐어짜듯이 신음한다.
아키라 「어이……」
케이스케 「몸, 이……, ―――――윽!!!!」
무심코 몸을 지지하려 한 아키라에게 케이스케가 달려들 듯한 기세로 으르렁댔다.
케이스케 「……건드리지 마!!」
아키라 「……!」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대며 참담한 표정인 채 아키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키라 「……그만해!」
케이스케 「시끄, 러워……, 으, 극……!!!」
아키라 「……읏」
아키라는 날뛰는 케이스케에게서 떨어져 비바람을 맞고 있는 커튼을 잡아뜯어 2개로 찢었다.
케이스케의 양손을 잡아 꽉 묶는다.
케이스케 「하지 마!! 건드리지 마……!!」
상당히 괴로운지, 힘은 아키라가 억누를 수 있을 정도로 약해져 있는 듯했다. 이어서 양발도 똑같이 구속한다.
케이스케 「풀, 어……, 이거 풀어……!!! ……, ……흐, 윽……」
속박을 풀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면서 외치던 케이스케의 얼굴에서 표정이 빠져나가고 힘없이 일그러졌다.
아키라 「……?」
케이스케 「…으, ……크, ……흐……」
증오로 불타던 눈동자가 별안간 애원하는 빛을 보인다.
아키라 「……케이스케……?」
케이스케 「으, 윽, ……주, 줘…………. 몸이, 아파……, 아프다고……!!!」
―――금단증상, 인가?
효과가 경이적일 뿐, 라인도 마약인 것은 다름없다. 그러나 케이스케의 몸안에서는 중화작용에 대한 거부도 일어나고 있을 터이다.
그 양쪽 다……인가.
케이스케 「제발……, 부탁, 이니까……, 라인, 을……윽……」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상대에게조차 애원한다.
어느 정도의 고통이 케이스케를 괴롭히고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키라 「…………」
몸이 찢기는 듯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케이스케가 라인에 손을 댄 발단이 자신인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갈 곳 없는 이 분노 아닌 분노를 억누를 방법을 모른다.
아키라는 자신에게 발산하는 것도 뜻대로 못한 채 흐트러지는 감정을 견디며 눈을 질끈 감았다.
사지가 산산조각나는 듯한 고통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강한 오한이 덮쳐오고 척수부터 찢어지는 듯한 격통에 시달리며 뼈가 쑤신다. 견디어내지 못하고 착란상태에 빠져 정신에 이상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덮쳐오는 공포로부터 헤어나기 위해 사람은 계속해서 약을 복용하고, 계속해서 도피한다.
금단증상 이야기이다.
케이스케의 지금 증상은 그에 더해 아키라의 피의 중화작용에 대한 거부반응도 상승해 있다.
어쨌든 마약의 마력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되는 것이리라.
케이스케는 격렬한 발작에 어지간히 지쳤는지, 한동안 아우성친 후 죽은 듯이 깊은 잠에 빠졌다. 기진맥진해져 홀쭉해진 그 옆얼굴을 바라본다.
아마도 벌써 날이 샜겠지만 하늘을 덮은 비구름 탓에 시간 감각이 사라져 있다.
젖은 옷을 벗기지는 못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해 모포를 덮어 두었다.
땀이 맺힌 이마를 수건으로 닦아 준다.
아마도 이 증상을 극복하는 것이 마지막 산이 될 것이리라.
그동안, 계속해서 괴로워하는 케이스케의 모습을 확실히 지켜보아 주어야만 한다.
케이스케 「아아아아아……악!!」
외침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빗소리를 듣고 있는 사이, 어느 틈엔가 잠들고만 듯하다.
시선을 돌리자 케이스케가 몸을 떨며 신음하고 있었다.
케이스케 「으, 으으……윽, ……뼈가……, 뼈가 쑤셔……, 아파…………」
너무 많이 소리쳐 쉰 목소리. 부들부들 떨리는 몸. 흐느낌과 비명.
아키라 「……케이스케」
케이스케 「건드리지 마……!!」
등을 쓸어 주려 뻗은 손이 거절당한다. 분노의 형상이 갑자기 일그러지며 울상이 된다.
착란 중인―――불안정한 정신상태.
케이스케 「아키라아……」
핏발이 서고 탁한 눈동자에 눈물이 어린다.
케이스케 「부탁이야, 살려줘, 아파……, 죽을 것 같다고……, 제발, 부탁이니까, 라인을, 아키라아아아」
아키라 「…………」
매달리며 사정하는 목소리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진다.
얼굴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디며 케이스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아키라 「……안 돼, 참아」
케이스케 「줘, 라인……, 아키라아……」
아키라 「참아 줘……」
목소리가 떨린다.
비통한 마음에 자기야말로 몸이 산산이 찢길 것만 같았다.
땀에 젖고 눈물과 콧물과 침을 흘리며 엉망으로 더러워진 얼굴.
경련으로 맞물리지 않는 이가 딱딱 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눈동자……라인밖에 보이지 않는 눈동자.
케이스케 「그럼……, ……죽여, 죽여 줘, 이제……죽을 테니까 됐어, 이런 건 싫어, 괴로워, 아프다고, 살려줘,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 아키라아아아아」
정신이, 미칠 것 같았다.
누가―――
신이 있다면, 구해주었으면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그리 바랬다.
비는 아직 멈추지 않는다. 슬슬 날짜가 바뀔 시각인 듯한 기분이 든다.
아키라는 완전히 지친 몸을 벽에 기대고 앉아 다시 잠든 케이스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막대한 졸음을 품고 있었으나 잠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 언제 발작이 일어날지 모른다.
곰팡이와 먼지가 뒤섞여 유달리 쉰 냄새가 방 안에 충만해 있었다.
아까 케이스케가 토했다.
토해낼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는 위는 그저 계속해서 위액만을 배출했다.
죽은 사람처럼 평안한 잠든 얼굴은 눈가가 움푹 패인 것처럼 보인다.
이 싸움에 과연 정말로 끝이 오는 것일까.
영원히 안 올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 정도로 아키라도 완전히 지쳐 있었다.
아키라 「……?」
왼손에 묘한 감촉을 느껴 주먹을 펴자 붉은 줄기가 비스듬하게 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케이스케와 붙었을 때에 베인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상처는 거의 굳어 있고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케이스케가 몸을 뒤척이는 기척이 나 상태를 살폈다.
다시 발작을 일으키며 소리지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어떤 상태가 되든 곁에서 지켜보고 있기로 했다.
케이스케 「……으, 으그……윽……」
괴로운 듯한 신음소리. 몸이 희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다가가서 손으로 어깨를 지지해 준다.
케이스케 「그, 아아아아……」
이마에 땀이 흠뻑 나기는 했지만 발작 증상은 어느 정도 완화되기 시작한 듯해 보인다.
눈이 희미하게 뜨이고 아키라의 얼굴을 포착했다.
탁한 눈동자.
그러나 격렬한 증오의 불길은 조금씩 그림자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
혼돈이 응어리진 복잡한 홍채.
케이스케 「……아, 키라……, 줘……」
아키라 「……조금만 더, 견뎌 줘」
케이스케 「……아키라, 살려줘……, ……아키라, 아키라아……」
입 안이 씁쓸한 감정으로 넘쳐난다.
케이스케 「……아키라……」
아키라 「제발……, ……?」
그때, 케이스케의 떨리는 손이 아키라의 뺨으로 뻗어왔다.
괴로운 호흡에 물기를 띤 눈동자가 올려다본다.
케이스케 「……미안…………」
아키라 「……!」
케이스케는 지독히 잠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든 듯했다.
땀으로 이마에 붙은 앞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준다.
가슴에 북받쳐 오른 감정의 덩어리가 눈가까지 밀려 올라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견뎌낸다.
안타까움과 괴로움이 뒤섞인 격앙에 짓눌려 부서질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어둠 속. 케이스케는 홀로 두 팔을 앞으로 뻗치고 더듬대며 발을 내디디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어쩐지 어둠의 종류가 몇 가지 있는 것 같았다.
엷은 어둠, 조금 어두운 어둠, 완전한 어둠.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은 조금 어두운 어둠이고, 앞쪽은 안개가 걷힌 것처럼 잿빛이 돌고 있다. 밝은 쪽으로 나아감에 따라 발에 고랑이 채워진 것처럼 무거워져 간다.
그래도 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을 질질 끌듯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내디디어 간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다.
이제 조금만 더.
갑자기 발에 걸린 무게가 확 늘어났다.
발을 내디딜 수 없게 되고 만다.
무언가에 붙잡히고 있는 듯한 감각.
발치로 시선을 떨어뜨리고 전율했다.
몸 전체가 새빨갛게 젖은 남자가 케이스케의 발목에 매달려 있었다.
푸른 머리카락, 너덜너덜한 가죽 재킷.
남자는 크게 뜬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케이스케를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 떨어진다.
공포에 떠밀려 떨쳐내려 몸부림쳤지만 남자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손가락이 발목으로 파고든다.
우드득 우드득 소리를 내며 파고든다.
남자가 씩 웃었다.
갑자기 사방에서 팔이 뻗어와 케이스케의 발을, 팔을, 머리를, 몸을 잡았다.
피에 젖은 무수한 팔이 매달리고 손가락이 파고든다.
근육을 으스러뜨리는 격통.
격통을 뛰어넘어 헤아릴 수 없는 공포.
케이스케는 소리쳤다.
소리가 없는 세상이었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짜내어 케이스케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케이스케……!」
굳게 감겨 있던 케이스케의 눈동자가 뜨였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심하게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고 있는데 발작중일 때처럼 괴로워하기 시작해, 귓가에서 불러도 뺨을 두드려도 통 깨어날 기미가 없어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지 초조했다.
한 곳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느릿느릿 아키라를 향한다.
초점이 맞는다.
케이스케 「……아키라?」
아키라 「…………」
아키라는 긴장으로 몸을 경직시키면서 주의 깊게 눈앞의 소꿉친구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그 눈동자에서는 증오의 빛도 분노의 불길도 찾아낼 수 없었다.
케이스케 「……나……」
힘없이 잠긴 목소리에서도 악의는 빠져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려 하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풀어 주려고 하다 한순간 망설인다.
케이스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꼼꼼히 그 표정을 살폈다.
검은 불길이 숨어 있는 것인지 아닌지.
케이스케는 아키라의 행동에 의아한 빛을 띠고 있다.
아무리 살펴도 이전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손발을 묶은 천을 풀어 준다.
수척해진 뺨. 핏기없는 입술. 움푹 들어간 눈……
그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케이스케 「……아키라, ……야위었어」
케이스케의 손이 아키라의 뺨에 닿는다.
거칠고 건조한 감촉이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마치 온기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키라 「……, ……너」
금단증상을 벗어난 것일까―――
확신도 실감도 갖지 못하고 무어라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따라오지 못하는 머리가 상황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
케이스케 「……미안」
아키라 「……이제, 괜찮은 거야?」
케이스케 「……응」
아키라 「……정말로?」
케이스케 「……괜찮아. ……폐 끼쳤네」
아키라 「…………」
그 목소리에, 말에, 서서히 아키라의 현실이 돌아온다.
의심이 사라지고 확신과 안도가 찾아온다.
―――순간, 아키라의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 폭발했다.
아키라 「……, 너……!」
케이스케 「……윽!」
주먹을 움켜쥐고 힘껏 케이스케의 뺨을 때렸다.
맞은 곳을 누르면서 얼굴을 든 케이스케는 통증도 놀람도 넘어서서 어안이 벙벙해 했으나, 이윽고 눈을 가늘게 뜨고 기쁜 듯 작게 웃었다.
케이스케 「……아야……」
아키라 「…………」
그것은 확실히 잘 알고 있는 소꿉친구의 웃는 얼굴이었다.
―――케이스케다.
그리 생각하자마자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졌다.
케이스케 「아키라!?」
당황한 케이스케의 팔에 받아 안긴다.
혹사한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 있었다.
몸 전체를 엄청난 피로감이 덮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단했다.
케이스케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그 일념만이 이제까지 계속 아키라의 몸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케이스케 「조금 자는 게 좋겠어. 정말 얼굴이 굉장해……」
아키라 「……네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애처로운 듯 미간을 찌푸리는 케이스케가 더 많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어서려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케이스케 「좀 자」
아키라 「……됐어」
케이스케 「아키라」
지금은 자고 싶지 않았다.
아직 눈앞의 소꿉친구를 믿지 못하는 자기가 있다.
실은 꿈이나 환상이기에 잠에서 깨어나면 증오에 찬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리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잘 상황이 아니었다.
케이스케 「……괜찮아」
아키라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케이스케가 작게 미소 지어 보였다.
탁함도 증오도, 확실히 사라진 눈동자.
그 표정에 뒤숭숭하던 마음이 진정된다.
아키라 「…………」
케이스케의 손이 눈꺼풀 위로 겹쳐져 시야가 닫힌다.
땅으로 꺼질 듯한 무거운 몸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드러운 어둠.
아키라는 케이스케의 온기 속에서 저항할 틈도 없이 미끄러지듯 의식을 놓았다.
깊은 잠에서 의식이 떠올라 간다.
희미하게 눈을 뜨고 멍해진 사고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몇 초의 공백 후, 곧바로 뇌리에 한 이름이 떠올랐다.
―――케이스케.
엄청난 초조감에 떠밀려 벌떡 일어난다.
어슴푸레한 실내를 둘러보자 둥글게 웅크린 등이 바로 옆에 있었다.
무릎을 안고 있다.
잠을 자지는 않은 기색으로, 아키라의 기척을 깨닫자 얼굴을 들었다.
그 표정에는 피로가 짙게 어려 있었다.
케이스케 「……잘 잤어?」
익숙한 미소, 익숙한 목소리.
아키라는 마음이 놓여 일으켰던 몸을 뉘었다.
몸에는 모포가 덮여 있어 따뜻했다. 아직 권태감은 남아 있지만 머리는 어느 정도 맑아져 있었다.
다 끊어진 배선이 아무렇게나 늘어진 무너져 내릴 듯한 천장을 올려다본다.
아키라 「……나 어느 정도 잤어?」
케이스케 「2시간 정도려나」
2시간. 더 오래 잔 듯한 감각이 있었다.
케이스케가 발치에 두었던 페트병을 아키라에게 내민다.
케이스케 「마실래?」
끄덕이며 받아들고는 한 모금 마셨다.
물은 미지근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메마른 목을 적셔 주었다.
아키라 「……몸은?」
케이스케 「……괜찮아」
케이스케가 작게 미소를 띠고 고개를 흔든다.
사실은 아직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전히 초췌해진 얼굴을 보고 그리 생각했다.
케이스케 「배 고파?」
케이스케가 솔리드 봉지를 든다. 어제 모포와 수건과 함께 아키라가 교환해 온 것이었다.
아키라 「……아니, 지금은 필요 없어」
뉘였던 몸을 일으키면서 아키라는 고개를 저었다.
위는 텅 비었으나 식욕은 사라져 있어, 지금 무언가를 밀어넣었다가는 곧바로 토해버릴 것 같았다.
창밖으로 시선을 향한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비는 그친 것 같았다.
케이스케도 창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키라 「…………」
어색한 무언(無言)의 시간이 흐른다.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이 있었을 터인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제대로 눈도 마주칠 수 없다.
분명 케이스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옆 얼굴을 곁눈질로 훔쳐본다.
몸이 아픈지 때때로 눈썹을 살짝 찌푸리지만, 이전과 같은 검은 그늘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어제까지의 모습이 마치 거짓말 같았다.
약기운이 빠지는 것이 의외로 빨랐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마약 중독자라면 금단증상을 극복하는 데에 더 오래 걸릴 터이다.
이것이 중화작용인 것일까.
아키라의 피가 케이스케의 피를 정화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이 무엇보다 아키라를 안도시켰다.
케이스케 「아키라」
부름에 시선을 향하자 케이스케는 아직 창밖을 보고 있었다.
케이스케 「……고마워」
고맙다는 말에 묘하게 간지러운 감각에 사로잡혀 의미도 없이 천장으로 시선을 향했다.
케이스케 「……나 말이야」
케이스케는 페트병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숙인 상태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케이스케 「무슨 말, 했어?」
아키라 「……기억 안 나?」
케이스케 「어렴풋하게 밖에……. 또 한 명의 내가 마구 떠들어댄 듯한 감각이랄까, 인상은 있지만……, ……심했겠지」
감싸주며 얼버무릴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잠자코 있었다.
케이스케는 눈을 굳게 감고 한 손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잡았다.
케이스케 「……바보야」
중얼거린 목소리가 그 심정 전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케이스케 「……일단, 미안, 정말로. ……일이 이렇게 되어서.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아마 벌써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곁눈질로 묻는 시선에 조용히 끄덕여 보였다.
라인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리라.
케이스케 「……나, 그때, 호텔에서 아키라가 소리질렀을 때, 굉장히 분했어. 이제까지 비슷한 말을 듣기도 했지만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키라를 지키고 싶어서, 아키라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한 것이 전부 엉뚱한 결과가 나와 반대로 화만 나게 하고……. 나,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더니 어쩐지 견딜 수 없어져서……」
견딜 수 없는 한숨을 내쉬고 어딘가 먼 곳을 보듯 케이스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케이스케 「그때, 결국 미움받았다고 생각했어. 이래서는 정나미가 떨어져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나는 왜 이럴까 라고 계속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아키라에게 도움이 될지, 그것만 생각하고……, 그랬더니……」
케이스케가 자조 기미로 웃으며 무언가의 크기를 나타내듯 검지와 엄지를 구부린다.
케이스케 「찻집 같은 곳 있었잖아? 토시마에서 아키라를 따라잡은 곳. 그곳에 떨어져 있었어. ……라인이. 누군가가 떨어뜨린 것이겠지, 아마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해진다고 들었으니까, 그것이라면……, 아키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 강해지면 아키라를 짜증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아키라 「……바보구나」
무심코 흘린 말에 케이스케가 쓴웃음 지었다.
케이스케 「정말 바보지……. 하지만 그때는 정말 전부가 아무래도 상관없어져서 그저 필사적이었어, ……윽」
도중에 케이스케가 짧게 신음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쥐어뜯듯 가슴을 세게 잡았다.
아키라 「……괜찮아?」
케이스케가 괴로운 듯이 숨을 쉬면서 희미하게 끄덕인다.
케이스케 「……, ……꿈을, 꾸었어……」
아키라 「꿈?」
케이스케 「그, 파란 머리 녀석이 나왔어. 현실과 혼동할 정도로 생생했어. ……확실히 기억해.
그 녀석,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그 후, 수많은 팔이 뻗어 와서 내 몸을 잡고 찢어버리려고 해서……. ……소리쳐도, 목소리는 안 나왔어.
하지만, 내 귀에는 계속 들려왔어. 수많은 목소리. 울음소리와 절규……. 고통과 원한과 슬픔이 엄청난 덩어리가 되어 부딪쳐 와서……」
케이스케는 참을 수 없는 듯이 떨리는 숨을 토해냈다.
아키라 「라인을 썼을 때의 기억은 안 남았어?」
케이스케 「……대충은. 애매하고 띄엄띄엄 하지만, 무슨 짓을 했는지는……알아」
라인을 복용한 케이스케가 저지른 무참한 여러 가지 흉행(凶行)……아마도 타인이 일으킨 일을 멀찍이 떨어져서 보고 있는 듯한 감각이리라.
하지만.
모두 자기가 저지른 죄이다.
라인의 마력이 사라진 지금의 케이스케에게 있어 너무나도 무겁고 괴로운 기억일 터였다.
케이스케 「그 꿈 안의 고통은 분명 내가 죽인 사람들의 고통이야……. ……이 손으로」
케이스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펼친 두 손을 바라보았다.
가늘게 떨리며 땀에 젖어 있었다.
케이스케 「이 손으로, 많은 사람을 나는, 죽였어. 많은 목숨을 빼앗았어……. 아직 몸이 기억하고 있어……. 피 냄새, 절규, 감촉……, ……아키라에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키라 「……!」
반사적으로 몸이 경직된다.
뇌리에 되살아나는 악몽.
지금 눈앞에 있는 케이스케는 그때와는 다르다―――그렇다, 머리로는 알고 있건만.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케이스케 「……젠장……」
아키라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케이스케는 무언가를 견디듯이 이를 악물고 바닥을 쳤다.
케이스케 「사과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아키라,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아키라 「…………」
케이스케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응어리가 가슴에 걸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케이스케 「……미안. ……만약 옆에 있는 것이 싫으면 나갈 테니까」
아키라 「……? ……어이!」
케이스케가 무리해서 일어서려 한다. 휘청대며 쓰러질 뻔한 것을 팔을 뻗어 받아 안았다.
아키라 「갑자기 움직이지 마, 아직 무리야」
케이스케 「……읏, ……미안해」
케이스케는 두 팔로 아키라를 멀리하듯 몸을 떼고 얼굴을 돌렸다.
그런 태도에 무심코 한숨을 쉰다.
아키라 「……너는 그렇게 외곬으로 생각하고 앞질러 나가는 것이 나쁜 버릇이야」
케이스케 「…………」
아키라 「확실히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지. 그렇지만, 너를 책망해도 어쩔 수 없어」
케이스케 「……어떻게 속죄해야 좋을까」
케이스케가 얼굴을 돌린 채 중얼거렸다.
케이스케 「아키라에게도, 내가 이 손으로 죽이고만 사람들도, 어떻게 속죄해야……. ……이대로 죽어 버리고 싶을 정도야……」
떨리는 어깨가 애처로웠다.
케이스케의 마음은 죄의 무게로 부서지기 직전이다.
그것은 엄청난 고통일 터이다.
타인은 누구 한 사람도 나눌 수 없다.
케이스케에게만 지워진 터무니없는 고통.
그렇지만―――
아키라 「……어쩔 수 없잖아」
냉정한 아키라의 목소리에 케이스케가 당혹스러운 시선을 향했다.
아키라 「아무리 네가 후회해도 이제 아무것도 되돌아 오지 않아. 죽는다 해도 네가 편해질 뿐이야. 속죄는커녕 도망친 것이 된다」
케이스케 「…………」
케이스케의 표정에 절망의 빛이 섞인다.
여기에서 말을 멈추면 이제까지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
케이스케를 내팽개치고 끝냈던 이제까지와.
하지만, 아직 남은 말이 있다.
―――전하고 싶은 것이.
아키라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아키라 「……계속해서 살아. 네가 죽인 녀석들의 목숨도, 전부 짊어지고. 또 몇 번이나 꿈에서 시달릴지도 모르지. 앞으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살아. 그것이 속죄야. 그리고……」
거기에서 말을 끊고 똑바로 케이스케를 응시한다.
아키라 「내게도 속죄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
케이스케 「……아키라」
아키라 「여기에서 네가 죽으면 내가 구한 의미도 없어지잖아.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 무의미해져」
케이스케가 놀람이라고도 슬픔이라고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아키라 「너를 데리고 토시마에서 나갈 거야. 그렇게 마음먹었어」
케이스케 「……밉지, 않아? 나는……, 살인자에, 아키라에게도, 심한 짓을 하고……」
아키라 「미웠으면 벌써 너는 두고 어딘가로 사라져 있지」
케이스케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듯했다.
―――사실은 잔인한 말을 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사실.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시련이 될지. 그것은 아키라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데도 가장 괴로워하게 될 본인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속죄의 수단으로 내민 말은 또한 아키라의 바람이기도 했다.
케이스케 「아키라……」
수그린 얼굴에서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케이스케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서 떨리고 있었다.
케이스케 「……미안해, ……고마워」
아키라는 말없이 케이스케의 어깨에 살짝 닿을 정도로 자기 어깨를 가까이했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해서 내리는 빗소리와 억눌린 오열을 듣고 있었다.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