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까지 오자 지진이 일어났다. 애쉬는 센트비나 주변이 붕괴하려는 전조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내가 아크제류스를 떠받치는 세피로트 기둥(세피로트 트리라는 듯하다)을 없애 버려서 다른 대지를 떠받치는 세피로트에도 영향이 미치는 모양이다. 나……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게다가 반 사부님은 이중 삼중으로 보호된 패시지 링을 조작해서 대지를 더 붕괴시키려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센트비나는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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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조해하자 애쉬는 갑자기 회선을 끊어 버렸다. 그 후로 나는 애쉬에게 목소리를 전할 수 없게 되었고, 그리고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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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내가 잠든 사이에 애쉬를 통해 알게 된 일의 전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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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져 보이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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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어쩐지 오랜만에 내 몸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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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는 뮤우만이 있었다. 나는 이 녀석을 계속 괴롭혀 왔는데 어째서일까……. 하지만 지금은 뮤우가 곁에 있어 주어서 조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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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돌아왔다고는 해도 나는 이 도시에 관해 잘 모른다. 그러니까 우선 티아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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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는 셀레니아 꽃밭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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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아에게 센트비나가 위험함을 알리고 외각대지로 돌아갈 방법을 물었다. 하지만 티아는 냉담했다. 티아는 말했다. 나는 남의 말에 좌우되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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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제까지 한 번도 누군가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듣고 생각하며 내 의사로 무언가를 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느꼈다. 바뀌고 싶다고. 하지만 티아는 어설픈 말로는 나를 믿어 주지 않겠지. 그래서 머리카락을 잘라 보였다. 딱히 머리카락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겠다는 의지를 형태로 나타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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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진심이다. 바뀌고야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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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센트비나 붕괴가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붕괴한다면 그것을 구할 방법도 나는 모른다. 그래서 티아가 시장 테오도로 씨라면 무언가 알지도 모른다고 해서 테오도로 씨를 찾아가기로 했다. 물론 이번에는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확실히 책임질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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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의 도시 율리아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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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로 씨와 얼굴을 마주한 나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들었다.
아크제류스 붕괴는 율리아의 예언(스코어)에 예견되어 있었기에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가장 큰 전쟁이었던 호드 전쟁의 계기가 된 말쿠트령 호드 섬 소멸도 율리아의 스코어에 예언되어 있었다고 한다.
즉, 율리아 시티 사람들은 호드도 아크제류스도 조만간 소멸할 줄 알면서 방관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자란 티아도 호드 소멸이 스코어에 예언되었음은 알았지만, 스코어를 준수하기 위해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방관했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다.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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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와 달리 반 사부님은 호드 소멸의 진상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것을 원망하던 사부님도 지금은 세상을 스코어대로 나아가게 하는 감시자로서 로렐라이 교단에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로렐라이 교단은 율리아가 남긴 스코어에 예견된 번영하는 미래를 실현하기 위하여 세상을 스코어대로 움직이려는 율리아 시티의 외각대지에서의 이름이었다. 로렐라이 교단 상층부와 율리아 시티는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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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쿠트와 킴라스카의 전쟁도 스코어에 예견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대영사 모스는 스코어대로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 반 사부님도 스코어대로 나를 이용해서 아크제류스를 소멸시켰다. 모든 일은 율리아의 스코어가 발단이었다. 확실히 번영하는 미래가 약속된 것은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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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로 씨는 센트비나 붕괴는 스코어에 예언되지 않았으니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걱정되면 율리아 로드라는 이동용 보진을 이용해서 외각대지로 돌아가 보라고 했다. 나와 티아는 출발 준비를 위해 티아네 집에 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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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꾸린 티아는 과거 이야기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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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티아와 반 사부님은 외각대지의 호드 섬 출신이라고 한다. 아크제류스와 같이 호드도 소멸했을 때 이 마계(클리포트)로 떨어졌다. 그때 반 사부님이 율리아의 보가를 영창하여서 살아남아, 두 사람은 테오도로 씨가 거두어 키워주었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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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로 씨의 말과 달리, 반 사부님은 호드 소멸을 종용한 스코어를 계속 원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반 사부님이 『외각대지 주민을 소멸시키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티아는 반 사부님의 동향을 조사해서 같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지할 결심을 했다. 외각대지에서 제7보석을 찾는 임무도 반 사부님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나는 티아를 오해했다.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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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끝낸 우리는 센트비나 붕괴를 확인하기 위하여 율리아 로드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