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집에 실린 소설 해석.
나머지 소설 해석 요청이 들어와서 작업을 재개하기는 했는데, 날 기다리는 게임들(…) 때문에 작업 속도는 느립니다( -ㅅ-)
※이 글에 링크는 걸어도 되지만, 본문을 직접 긁어서 퍼가지는 말아 주십시오.
n[#M_「소공녀」|가리기| 피아는 손 안에 있는 가면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본뜬 것인지 알 수 없는 매우 기묘한 가면이다. 그러나 정겨운 맛이 있다.
「이제부터는 이 가면을 쓰고 생활해야 한다. 가면을 벗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자신을 이 도시로 데려와 준 중개인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가면의 의미는 물론이고, 이제부터 피아의 앞일에 대한 설명도 일절 없는 채.
피아는 얼굴 오른쪽 절반에 살며시 손을 댄다. 거기에 있는 것은 여기저기에 고름이 번진 적갈색 혹 덩어리. 철이 들기 전에 입은 화상 탓에 심각한 켈로이드가 생겨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만지는 것은커녕 보는 것조차 기분 나빠하는 켈로이드 혹이었으나, 피아는 만지면 이상하게 차분해졌다. 받아들여야 하는 자기의 일부라고 느끼던 탓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피아의 부모에게 있어 딸의 켈로이드는 불길한 것이었다. 유복한 포목 도매상으로서 사람을 부리며, 남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장사를 해 온 프라이드가 높은 부모에게는 딸 때문에 동정받고 배려받는 것은 굴욕밖에 되지 않았던 듯하다.
부모는 「장사에 지장이 생긴다」며 피아의 외출을 금했다. 그리고 피아가 8살 생일을 맞이한 밤에는 먼 도시로 고용살이 나갈 것을 강요했다. 방해되는 것을 멀리하듯이.
이리하여 8살인 피아는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사막을 넘어 이 먼 도시로 온 것이다. 아마도 이제 고향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자기를 지켜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피아는 각오하고 있었다. 홀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피아는 에잇, 하고 힘차게 가면을 쓴다. 그 안쪽은 서늘하게 조용하고 어두우며, 구멍으로 보이는 세상은 좁았다.
그때, 구멍 저편에서 자기와 같은 가면이 다가왔다. 무심코 뒷걸음질친 피아의 팔을 잡고 무언가 빠르게 계속해서 말하면서 어딘가로 끌고 가려 한다. 그 힘의 세기나 목소리로부터 상상하건대 어른 남성인 듯했으나, 가면만 보아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게다가 들려오는 것은 모르는 언어였다.
「저. 저기. 잠깐 기다려요」
피아가 무심코 흘린 목소리를 듣고 상대는 경직된다. 다음 순간, 무시무시한 기세로 호통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손을 치켜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 모습은 딸 때문에 「얕잡혀 보였다」고 미친 듯이 화내는 자기 아버지를 방불시켰다. 맞는다! 피아는 엉겁결에 얼굴을 가리고 전신을 경직시킨다. 그때, 늠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규율32 : 토지번이 없는 주민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조금 서투르기는 했으나, 그것은 피아에게 익숙한 언어였다. 대체 누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미궁처럼 복잡하게 얽힌 계단 제일 위층에 앉아있던 아이가 퐁당퐁당 하고 튕기듯이 내려온다. 이쪽도 또한 가면이다. 아무래도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것이 이 도시의 풍습인 듯하다. 나와 같은 또래 정도일까. 피아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가면 쓴 아이는 답답한 듯이 몸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너, 이 도시에서 태어나지 않았군? 토지번, 없지?」
「토지버……?」
피아는 말을 하려다 당황해 입을 막는다.
「토지번이라는 것은 이 도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기록한 증서야. 주민이라면 모두 갖고 있어. 하지만, 타지인, 없어. 꼭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싶다면 이 도시 사람과 결혼해서 토지번을 갖게 되어야 해. 이 마을의 규율은 절대. 이 도시에서 살고 싶다면 지킬 것」
타지인은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럼, 나는 이 도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피아의 동요는 가면 너머로도 전해진 것이리라. 마주보고 있던 가면이 문득 귓가로 다가왔다.
「내게 맡겨 둬」
속삭이듯이 말한 후 소년은 남자 쪽으로 고쳐서서 피아가 모르는 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말도 몸짓도 너무나 독특해, 피아에게는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도중, 소년은 천천히 가면을 비스듬하게 해 맨얼굴을 보였다. 아주 짧은 한순간이었지만, 피아는 보고 만다. 매끈한 갈색 피부에 콧날이 선 아름다운 용모. 곧게 뻗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세상에는 이런 예쁜 남자아이가 있구나. 너무나 놀란 나머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그 소년이 돌아보고 활기찬 목소리로 「따라와」 라고 피아를 불렀다.
소년은 팔짱을 낀 채 가슴을 젖히고는 우선, 남자 쪽을 올려다보며 이 도시의 말로 무언가 전했다. 남자가 깊숙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후 이어서 피아를 보고 서투른 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에게 들었어. 너, 고용살이 왔다면서. 이 사람, 네 두목이야. 너, 이 사람에게 과일을 받아서 이 도시에서 팔아. 판매액, 그에게 바쳐. 과일 팔기. 할 수 있어?」
피아는 몇 번이나 끄덕였다. 소년은 큰 바구니를 받아들고는 「잘해」라며 피아에게 건네준다. 아무래도 소년이 두목과 교섭해 준 덕분에 자기는 이 도시에서 사는 것이 허가된 듯하다.
고마워. 피아는 인사를 말로 확실히 말로 전할 수 없는 답답함을 품으며 소년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년이 흘렀다. 피아는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말이 생명이라는 장사 세계에서 토지번을 받지 못해 말을 할 수 없는 핸디캡은 예상 이상으로 컸으나, 피아는 지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없는 만큼, 남보다 3배의 시간을 들여 도시 곳곳으로 뻗어 있는 좁은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또 다른 계단을 오르며 도시 구석구석까지 행상을 했다. 장사꾼 사이의 구역 경쟁으로 반 죽을 꼴을 당하기도 했으나 아무리 맞고 차여도 바구니에 든 과일만은 지켜냈다.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얼굴이 부어오른 날도, 고열로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날도, 피아는 어쨌든 과일을 바구니에 담아 도시로 나갔다.
그렇게 침울해 하거나 불안해질 틈도 아까워하며 일하는 사이, 처음에는 의미불명인 음의 나열에 지나지 않던 도시의 말도 알아듣는 것만이라면 거의 완벽해져 있었다. 도시의 규율도 많이 외웠으나, 이것은 워낙 수가 막대하기 때문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 공연한 트러블을 피해 규율집을 몸에서 떼지 않고 소지하고 다녔다.
제대로 벌지 못해 배고픈 날도 많았지만, 피아는 이 도시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일가의 수치」라며 집에 갇혀 있던 고향에서의 생활이 훨씬 괴로웠던 기분이 든다.
이 도시는 규율에 속박되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규율밖에 속박하는 것이 없다. 「아이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하는 대신 차별도 없다. 또한, 도시 사람 전원이 가면을 쓰고 있는 탓인지 외견적인 우대도 냉대도 없었다. 이 사실이 피아를 얼마나 편하게 했는지 모른다. 얼굴의 켈로이드를 두고 부주의하게 던져져 온 시선과 말로 마음에 새겨진 상처와 오기는 도시의 수로를 흐르는 모래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소년과는 가끔 마주쳤다. 직업상 피아의 행동범위는 넓었으나, 그에 한술 더 떠 소년은 신출귀몰했다. 피아가 소년을 확인할 수 있던 것은 그가 언제나 가면을 조금 비스듬하게 쓰고 맨얼굴을 보일 때가 많았던 탓이다.
『규율2 : 가면을 착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년은 도시의 대전제인 이 규율을 경솔하게 어기고도 태연히 살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큰 바구니에 산더미처럼 쌓은 과일을 안고 비틀비틀 행상하는 피아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친근하게 말을 걸어 왔다.
「너는 어째서 늘 고개를 숙이고 걸어? 더 가슴을 펴면 좋을 텐데. 그편이 과일도 더 맛있을 것 같아 보여」
「규율집을 갖고 다니는 녀석은 처음 봤어. 그런 것은 적당히 하면 된다고」
소년의 말은 더 이상 서투르지 않다. 피아가 알아들을 수 있게 되고부터는 이 도시의 말을 쓰고 있었다.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이 말이 더 밝고 무서울 것 없는 소년에게 잘 어울린다고 피아는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밤, 피아가 평소처럼 오늘의 판매액을 건네고 그 후 제 몫을 받아 돌아가려 하자 두목이 무거운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내일은 바구니 안의 과일을 전부 팔고 돌아와라. 못 하면 너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어려운 과제였다. 이 반년 간 피아가 과일을 전부 판 날은 없었다. 그러나 피아는 「필요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끄덕였다. 할 수밖에 없다. 이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는, 필요시 받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다. 각오는 되었다.
다음날 아침, 피아는 아직 날도 다 밝기 전부터 도시로 나왔다.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면 달려가 끈질기게 매달려 손짓 몸짓으로 열심히 과일을 권했다. 거절하고 떠나려 하는 사람에게도 매달려 매몰차게 떠밀려도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그 필사적인 행동이 역효과가 난 것이리라. 해가 높이 떠도 바구니 안의 과일은 1개도 줄지 않았다.
햇살이 강해지자 바깥의 사람 왕래가 줄어든다. 피아는 손님을 찾아 미궁 같은 계단을 몇 개나 올랐다. 광장으로 나온다. 한순간 기대했으나, 역시 그곳에도 사람 모습은 없었다. 피아가 한숨을 쉬며 되돌아가려 했을 그때, 돌층계의 단차에 비틀댔다. 긴장과 피로로 체력의 한계가 와 있던 피아의 작은 몸은 허망하게 쓰러진다. 떨어뜨린 바구니에서 과일이 사방팔방으로 굴러가는 것이 가면 너머의 좁은 시야로 보였다. 피아는 갑작스레 「이제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각한 것이 아니다. 안 것이다. 기력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자기 운명을 그 자리에서 보았다. 일어설 힘은 더 이상 솟아나지 않았다.
얼마나 그대로 있었을까. 갑자기 쾌활한 목소리가 쏟아져 내렸다.
「규율227 : 공공 도로를 막는 행위는 금한다」
피아가 당황해 몸을 일으키자 소년이 허리를 굽힌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도 그 가면은 조금 비뚤어져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차피 아무도 안 지나가. 피곤하면 자. 단, 조금 더 그늘에서」
피아는 고개를 가로젓고 일어선다. 피아가 바구니를 들자 소년은 재빠르게 과일을 주워 모아 주었다. 바구니 안에 늘어선 과일을 보고 피아는 다시 절망한다. 과일은 모두 굴러 떨어져 여기저기 더러워지고 상처가 나 있었다. 이래서는 도저히 팔 수가 없다.
「왜 그래?」
피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 소년의 눈동자는 맑고 깨끗해, 피아는 가면 안에서 빨갛게 되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그에게라면 이 막막한 곤경을 솔직히 전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피아의 손짓 몸짓에 의한 설명을 순식간에 독해한다. 그리고
「뭐야, 그런 거야!」라고 휘파람이라도 불 듯한 가벼운 태도로 말하고 과일을 가리켰다.
「그럼, 내가 살게. 그 바구니 안의 과일을 전부!」
피아는 소년을 노려본다. 이럴 때에 농담하지 마!
그리 말하는 대신, 갖고 있던 규율집을 펼쳐 소년에게 내밀었다.
「규율429 : 판매하는 상품을 전부 사들이는 것은 금지한다」
「……변함없이 너는 잘 순종하는구나. 너도 규율을 따르다 죽는 것보다는 규율을 어기고 사는 게 더 좋잖아?」
그 너무나 제멋대로인 발언에 피아가 화를 잊은 채 망설이고 있자, 소년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뭐, 됐어. 이번에는 예의바른 너를 위해 규율을 어기지 않고 의표를 찌르지. 지금부터 2개의 제비를 만들 거야. 내가 당첨을 뽑으면 과일을 갖고 네게 돈을 줄게. 『사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게임 룰에 따른 물물교환. 그거면 돼?」
소년은 피아가 아직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을 펴보였다.
「괜찮다니까. 나는 승부에는 절대 안 진다고. 믿어」
과연 소년이 말한 대로였다. 그는 당첨 제비를 뽑아 바구니 안의 과일을 두 손 가득히 안고는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꺼낸 많은 돈을 확인도 하지 않고 피아의 손에 쥐여주었다.
「아마 이거면 충분할 거야」
당황해 거스름돈을 건네려는 피아를 제지하고 소년은 웃었다.
「또 놀자」
피아는 끄덕이며 소년의 등을 전송했다. 그리고 지면에 떨어져 있던 제비를 줍는다. 과일에 정신이 팔려 소년이 떨어뜨리고 간 것이리라.
제비에는 2개 다 당첨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피아가 텅 빈 바구니를 들고 돌아오자 두목은 상당히 놀랐다. 피아가 솔직히 사정을 말하자 더욱더 놀란 듯했다. 그리고 깊이 한숨을 내쉰다.
「왕자님의 변덕에 난처하군」
왕자님? 이번에는 피아가 고개를 갸웃할 차례였다.
「뭐야, 너, 몰랐나?」
두목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하며 피아 앞에 번번이 나타나던 소년이 바로 가면 도시의 왕자라고 전했다.
「왕자님은 심심하면 때때로 왕궁을 빠져나와 도시로 나오지. 어딘가에 재미있는 놀이는 없는지 눈을 빛내면서 말이야. 규율은 어기지, 놀이에는 끌어들이지, 도시 사람에게는 귀찮은 왕자님이야. ……그렇다고 해도, 어지간히 폐를 끼쳐도 어쩐지 미워할 수 없지만」
두목은 드물게도 다정한 눈으로 왕자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피아를 두고 왕자가 자기에게 게임을 제안한 것을 밝혔다.
「타지인에 어린 네가 반년 만에 어디까지 훌륭한 상인이 될지, 왕자님은 내게 일부러 졌어. 바구니에 가득한 과일을 하루 만에 다 팔면 내 승리. 팔다 남으면 왕자님의 승리로, 너를 이 도시에서 추방할……터였지만」
지기 싫어하는 왕자님이 어째서 스스로 지려고 했을까?
두목의 중얼거림은 피아의 귀에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미 바구니를 바닥에 내던지고 발길을 돌려 뛰쳐나갔기 때문이다.
『또 놀자』
소년의, 아니, 왕자의 말이 머리를 빙빙 돌았다. 내가 살기 위해 정신없이 보낸 반년 간은 그에게 있어 게임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게임의 말이었다.
맞바람이 불어 모래가 눈에 들어간다. 끊임없이 눈물이 나온다. 분했다. 슬펐다. 한순간이라도 그에게 친밀감을 느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피아는 왕궁 앞까지 와서 외친다. 말이 되지 않는 고독한 목소리를 내 규율을 어겼다.
순식간에 문지기에게 제압당한 피아의 앞에 익숙한 가늘고 긴 다리가 다가온다.
「놓아라. 그는 내 손님이다」
평소와 같은 목소리. 그러나 평소보다 무게가 있었다. 그렇구나. 정말로 왕자였구나. 피아는 뺨을 지면에 눌린 채 킥킥 어깨를 떤다. 우습고도 슬펐다.
왕자는 피아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당황한 듯하다. 「둘이 있게 해 다오」라며 문지기를 물리치고는 피아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결국, 들켜 버렸나」
그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이는 왕자에게 양심의 가책은 조금도 없다. 피아는 참지 못하고 왕자의 정면에 서서 자기 가면을 벗었다. 그대로 똑바로 왕자를 바라본다. 있는 그대로의 얼굴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 왕자에게 항의하고 싶었다.
피아의 눈에서 방울져 떨어진 눈물을 보고 왕자는 당황한다.
「왜, 왜 그래?」하고 목소리가 동요했다.
피아는 정신 없이 하소연한다. 오랜만에 소리를 내서 한 말은 고향의 것이 아닌 이 도시의 것이었다.
「제가 고개를 숙이고 걷는 버릇은 이 추한 얼굴을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해 온 흔적입니다」
「규율집은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서 사는 제 의지할 곳이었습니다」
「당신에게는 그저 심심풀이 놀이라도, 제게는 인생입니다. 아무리 비참해도 둘도 없는 인생입니다. 왕자라고 해서 백성의 인생을 갖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사과해 주십시오. 그리고 두 번 다시 제게 관여하지 말아 주십시오」
피아는 하고 싶은 말을 단숨에 말하자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아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왕자 앞에서 폭언을 하고 규율을 몇 개나 어기고 말았다. 이제 이 도시에는 있을 수 없다. 나는 바보다. 자기를 버려서라도 살아남을 거라 맹세했건만. 죄를 추궁받을 것을 각오하고 고개를 떨군 피아의 머리 위에서 큰 목소리가 났다.
「죄송합니다!」
피아는 쭈뼛쭈뼛 고개를 든다. 그리고 눈앞에서 자기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는 「왕자」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확실히 처음에는 놀이였어. 두목에게 내기를 제안한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그런 것은 금세 잊었어. 그 정도로 네가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다웠지. 오늘도 정말로 너를 돕고 싶어서 한 거야. 네가 이 도시에서 사라져선 곤란하다고 생각해서……믿어 줘」
왕자는 머뭇머뭇 발끝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얼굴을 들고 피아에게 말했다.
「너를 도운 것은 놀이도 베풂도 아니야. 우정이야」
우정! 피아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켈로이드를 만지고 있었다. 왕자는 그런 피아의 행동을 보고 「거기 만지는 거, 버릇?」이라고 물을 뿐이었다. 켈로이드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 것은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응?」이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제 친구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왕자의 명백히 무리를 한 기특한 태도가 우스워 피아는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러자 금세 왕자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돼 주는 거지?」
『규율12030 : 왕족이 바라는 관계를 백성이 일방적으로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아가 규율집을 펼쳐보이자 왕자는 어깨를 푹 떨어뜨렸다.
「규율은……어겨도 돼」
그 토라진 말투가 귀여워, 피아는 또 웃고 만다. 확실히 왕자는 규율을 어겨 주었다.
『규율89 : 왕족은 백성에게 사과해서는 안 된다』
피아는 타지인인 자기를 『친구』로 인정해 준 왕자를 다시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백성으로서, 친구로서, 믿어 보고 싶었다.
왕자는 피아가 완전히 용서해 준 것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뭐 하고 놀까?」하고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그렇지. 이런 게임은 어때? 내일부터 매일, 너는 왕궁에 과일을 갖고 오는 거야. 그 과일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네 승리. 대금을 배로 치를게. 내가 싫어하는 것이면 네 패배. 춤을 1곡 추기로 할까」
왕자는 거기까지 말하고 피아가 노려보고 있는 것을 가까스로 깨달은 듯하다. 어색하게 눈을 돌리고 흠칫흠칫 묻는다.
「아……저―기, 게임은……안 돼?」
정말이지 이 왕자는. 피아는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어 보인다.
계속 홀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라도 즐겁게 살아 보이겠다고. 그러나 친구가 있으면 또 다른 즐거움이 더해질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아 주는 친구가 있으면……하루하루의 풍경이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 승부, 받아들이겠습니다!
피아는 가슴을 펴고 왕자와 놀 약속을 했다._M#]
언제쯤 올라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전에 소설 올려달라고 떼쓴 그놈이 접니다 -_-ㅋn소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n어찌됐든 계속 연재 부탁….ㅋㅋㅋㅋn아니 그보다 감사합니다.ㅋ.
예, 또 오셨군요’ㅂ’)>n나름 해석 재개한다고 했는데 또 엉뚱한 짓(…)에 빠져서 나머지 해석이 늦어지고 있습니다.n뭐, 잊지는 않았으니 올리긴 올리겠습니다만 언제가 될지는, 하하하하하하하-ㅂ-);;
이번은 피아의 과거편이군요.n과일바구니 사고로 니어와 얽혀서 왕자랑 인연을 맺은게 아니라 n그전에 왕자가 스스로 피아에게 다가왔었네요.n내용을 보고 다시금 피아를 떠올리니 정말…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n(중요인물인데도 불구하고 공식 홈페이지나 설정집등에 끝까지 가면쓴 설정으로 나온 이유도 있었군요.n그래도 그냥 얼굴한번 보여줘도 좋을 것을…)nn카이에넨님의 정성어린 번역덕분에 항상 이렇게 좋은 글을 접하네요.이번에도 수고하셨습니다.n잘 봤습니다.^^
아무래도 얼굴이 그러니 본인도 얼굴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요’ㅅ’;n니어 소설 나머지는 기약하지 않았는데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들렀는데 아직 업데이트가 없네요 ㅋㅋ(강압이냐!)n어찌됐든 생각해 보니 피아 죽을 때 ‘응? 얘 말 못하는거 아니었나?’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군요….nnn랄까 나머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어이;;;)
헐퀴, 땡땡이(?)치고 있던 걸 들켜 버렸군요Σ(゜д゜lll)n조, 조만간 다른 거 올리겠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n피아가 끝까지 말을 안 한 건 죽는 순간까지 규율을 잘 지킨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죽는 순간 정도는 낭군님께 목소리를 들려주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ㅅ-